정부는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법정근로 '주 52시간 근무' 시대를 연다. 당장 코앞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정부 입장과 차이가 너무 크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간 단축에만 집착하고 연착륙을 위한 보완책에는 귀를 막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제조업계 영향을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뿌리업체는 사업장 해외 이전이나 폐업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시 근로 300인 이상 뿌리기업은 전체 제조업 0.8%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출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납기 준수와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자동화 또는 인력 감축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일부는 사업장 해외 이전이나 폐업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IT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게임과 소프트웨어, 시스템통합(SI) 관련 업체는 업종 특성상 보완책이 없다면 생산성에 치명타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품 개발과 프로젝트 등으로 장시간 근로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IT업계나 연구개발(R&D) 부문에선 근로시간제가 원칙대로 적용되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급기야 IT서비스산업협회(ITSA)는 정부에 'IT서비스'를 노동시간 특례 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장 반응이 이 정도라면 정부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을 확대하자는 취지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경쟁력은 물론 산업 생태계, 나아가 기업 존폐까지 좌우한다면 다른 얘기다. 예상보다 후폭풍이 클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더 늦기 전에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한다. 예외 업종 추가에서 유연 근무제 시간 확대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과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는 시행 이후 실태조사를 거쳐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후 땜질 처방이 될 공산이 크다. 삶의 질만큼이나 기업 경영 환경도 중요하다. 근로자 생활을 책임지는 것도 결국 기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