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구속'이라는 악재에 직면한 롯데그룹은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지배 구조 개편 등 그룹 현안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동빈 회장 공백 장기화 가능성, 호텔롯데 상장,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분쟁 재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롯데는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지배 구조를 예정대로 개편하고 있다. 신 회장 구속 전인 2015년부터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지배 구조 큰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일 롯데지주 6개 비상장사 분할 합병을 완료하며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출범 과정에서 발생한 신규 순환 출자 및 상호 출자를 해소했다. 경영권 분쟁 직전인 2014년 기준 75만여개에 이르던 복잡한 지배 구조를 정리한 것이다.
롯데는 순환 출자 해소로 지배 구조가 단순화됨으로써 경영 투명성이 높아짐은 물론 복잡한 순환 출자로 인한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 기업 및 주주 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했다. 자회사 지배력을 확대함으로써 지주회사 체제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전문 경영과 책임 경영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제고시킨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한·일 롯데 경영권 문제 및 지배 구조 개선과 관련해 가장 큰 이슈인 호텔롯데 상장은 지지부진하다. 검찰 수사와 중국 사드 보복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이유로 수차례 연기된 바 있는 호텔롯데 상장 계획은 지난달 주총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당초 호텔롯데 상장 후 화학, 유통, 식품 등 계열사를 합병해 일본롯데 중심 지배 구조를 한국롯데로 개편하고자 했다. 신 회장 구속으로 호텔롯데 상장 계획은 차질이 발생했다. 호텔롯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장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무기한 연기에 무게추가 쏠리고 있다. 실제 호텔롯데 상장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 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구체적인 일정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구속에도 지난달 15일 롯데정보통신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며 지배 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이 늦춰지며 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배 구조 개선 작업에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핵심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며 옥중 경영을 이어 나가고, 롯데그룹은 황각규 부회장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호텔롯데 상장 같은 큰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을 무기한 연기할 수 없는 롯데로서는 사드 보복 국면이 마무리되는 대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를 상장하지 않고 지주사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 지분을 모두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매우 크다”면서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고 '일본 기업'이라는 국내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지분은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19.07%와 일본롯데홀딩스가 100% 지분을 소유한 L투자회사(72.7%), 광윤사(5.45%) 등 일본 회사가 대다수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 구조가 여전히 일본에 종속돼 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