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이후 경제 협력 카드 가운데 하나로 개성공단 내 외국 기업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재개 이후 제3국 기업을 유치, 국제경제특구로 발전시켜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23일 관가에 따르면 통일부 등 관계 부처가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향후 개성공단 재개는 물론 외국 기업이 입주하는 '국제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남북 경협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국제화는 2013년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일방 조치 이후 제시된 해법이다. 미국과 중국 등 외국 기업이 입주하면 남북 간 임의로 공단 폐쇄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돼 남북 경협 지속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북한 측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해 열린 '개성공단 정상화 6차 실무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도 이례로 공단 국제화를 언급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도 통일부에 꾸준히 필요성을 제기했다. 업계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 재개 시 외국 기업이 입주하면 지난번과 같은 일방 폐쇄는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협회 회원사 가운데 개성공단 재입주 의사를 보이는 곳이 많은 만큼 국제화를 통한 공단 정상화를 희망했다.
개성공단을 국제화하려면 법·제도 측면에서 수정할 부분이 많다. 인력 수급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기본임금 책정은 물론 인력 선발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 유치는 쉽지 않다. 통행, 통신, 통관 '3통'도 선결 과제로 지목된다. 부족한 교통수단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현재 법 제도 아래에서는 외국 기업이 개성공단에 들어올 유인 요인이 부족하다”면서 “산업 구조도 고부가 가치 창출 업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남북경협과 개성공단 안건이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등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협력은 선언 수준 내용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그 대신 5월 말이나 6월 초 열린 북·미 회담 이후부터 남북 경협은 우선 과제로 꼽힐 전망이다. 북미 회담 이후 △개성공단 확대 △고속철도 연결 △에너지 인프라 연결 등 실무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최대 목표는 결국 평화 협정 체결을 통해 남북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시장을 개방하면 미국 등 외국 자본이 경제권 확보 차원에서 북한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개성공단 외국 기업 유치 검토와 관련해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