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개헌이 무산됐다. 여야가 극한 대치를 지속하면서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인 23일을 넘겼다.
청와대와 여당이 목표로 내세운 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가 무산되면서 한 달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여야는 23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정례회동을 갖고 6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등 국회 정상화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정 의장은 “4월 임시국회가 3주째 먹통”이라며 “이 순간까지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6월 개헌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조작사건(일명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특검)를 요구하면서 여당과 대치했다. 여당이 반대 뜻을 분명히 하면서 국회정상화와 국민투표법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 3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은 오후 만남에 앞서 오전 긴급회동을 가졌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한 특검 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공동 제출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특검을 수용하면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은 경찰과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논의하자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찰 조사를 충분히 하고 그 결과를 보고 미진하면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지도부 입장”이라며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야3당이 '대선 불법 여론조작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법 개정 불발에 대해선 “지도부 논의를 통해 입장과 향후 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야당은 국민투표법, 더 나아가 국민개헌까지 물거품이 되는 순간 국민에 사죄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지방선거 심판론을 제기했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며 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는 불가능해졌다. 현행 국민투표법은 국내 거소가 신고 되지 않은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이러한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와 여당은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선관위는 6월 13일 개헌 투표를 위해선 4월 23일까지 위헌 판결이 난 국민투표법을 국회가 개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민투표법 개정 불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할 전망이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