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월급날이 아니더라도 일한 만큼의 급여를 언제든 찾아쓸 수 있는 '급여 즉시 지급'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지바현에서 음식점 운영회사의 식품가공 책임자인 아나미씨는 급여일 전이라도 근무한 당일 까지의 급여를 필요할 때 찾아 쓴다.
수령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몇번만 클릭하면 일한 만큼의 급여가 자신의 은행계좌로 이체된다. 이 절차는 불과 몇초만에 모두 끝난다. 일한 범위내에서 받기 때문에 미리 당겨쓰는 '가불'과는 다르다.
아나미씨는 “갑자기 한잔 할 일이 생기거나 후배에게 식사대접을 해야할 일이 생겼는데 수중에 현금이 없을 때 이용한다. 근무한 만큼의 급여를 필요할 때 찾아 쓰는 거라서 가불처럼 뒤가 켕기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서 심리적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급여 즉시 지급이 가능해진 것은 핀테크 기술 덕분이다. 출근과 퇴근 시간이 타임레코더에 기록되면 연동된 인터넷 시스템이 그때까지 일한 만큼의 급여액을 계산해낸다. 산출한 금액에서 각종 사회보험료와 세금 등을 공제하고 회사별로 다른 각종 수당을 추가해 수령액을 산출한다.
현재 일본 전국에서 70여개사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월급날 전에 소비자금융기관 등에서 대출받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고 절차도 간단하다.
아시아 각국과 교류가 활발한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는 이 시스템에서 더 발달된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카시마 후쿠오카 시장은 “외국, 예컨대 중국은 스마트폰끼리 돈을 주고 받는게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인데 일본은 낡은 규제가 많아 현금거래가 많다. 규제를 없애면 시민생활이 극적으로 편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쿠오카시는 급여 즉시 지급 서비스를 이용해 수령한 급여를 현금으로 인출하지 않고 스마트폰 전자결제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일본은 노동기준법으로 임금은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급여를 현물로 지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회사는 월급을 사원의 은행계좌로 보내고, 사원은 현금자동지급기(ATM) 등에서 현금을 인출해 물건 구입 등에 사용하는게 일반적이다. 후쿠오카시는 근무한 만큼의 급여 범위내에서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구입하면 회사에서 해당 상점으로 구매상당액을 직접 송금하도록 하는 시스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현금을 인출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다만 현재의 노동기준법은 “통화로의 급여지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후쿠오카시의 계획이 실현되려면 제도변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핀테크 기술은 돈을 '받는 방법' 뿐 아니라 '빌리는 방법'도 바꾸기 시작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복잡하고 귀찮은 절차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후쿠오카은행은 필요할 때 바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즉시 융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융자를 신청한 후 심사를 거쳐 자금이 통장에 들어올 때 까지 1개월 정도 걸리던 시간을 10여분에 끝난다. PC에서 회사 이름과 주소 등의 정보와 희망하는 융자액을 입력하면 신청절차가 끝난다. 은행으로부터 융자 가능여부를 당일 회신받을 수 있다. 은행은 '클라우드 회계'라는 자동 회계 시스템을 이용해 융자신청자가 속해있는 회사의 금전출납을 인터넷에서 관리함으로써 융자가능여부를 판단한다.
NHK는 이런 서비스가 확산하면 장차 대개 월말로 정해져 있는 월급날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