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근로시간 단축 비상〈하〉연착륙 해법은...유연한 제도 개선 시급

[이슈분석]근로시간 단축 비상〈하〉연착륙 해법은...유연한 제도 개선 시급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모두 '근로시간 단축'이 연착륙하려면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경직된 근로환경에서는 갑자기 줄어드는 근로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탄력적 근무시간제 범위 확대는 물론 대폭 줄어든 특례업종도 필요한 분야는 환원시킬 것을 주문했다. 미국처럼 특수직을 근로시간 적용 예외직군으로 인정하는 부분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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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적 근무시간제로 유연성 확보해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단체는 일제히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 해법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꼽았다. 기업이 52시간으로 줄어드는 근로시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대 한도를 탄력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을 기준으로 하되 노사에 재량권을 줘 사업장마다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의견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함께 기준근로시간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다.

경총은 노동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법제 국제 비교'를 통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근로시간 배분, 업무수행방식 등에 있어 근로자 개인이 자율성을 갖는 직업이 많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기보다 시대 흐름에 맞춰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독일이나 영국은 평균 근로시간이 일정 수준 이상을 초과하지 않는 이상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배분할 수 있다. 프랑스, 포르투갈, 핀란드, 일본, 미국 등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로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싱가포르의 연장근로 한도는 원칙적으로 1개월간 72시간이나, 주문량이 많거나 경기변동의 경우 추가적인 연장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미국은 근로시간상한을 법률에서 제한하고 있지 않고, 영국은 근로자와 합의할 경우 1주 4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가능하다. 상한 규제가 법률에 없다. 프랑스나 네덜란드도 1주간 최대 60시간까지 근로시간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법률에서 확보해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대 3개월 단위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설정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절차적 요건이 까다로워 제도 활용도가 낮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은 '취업규칙으로 2주, 노사 합의로 3개월'로 제한된 현행 탄력적 근무시간제를 '취업규칙으로 1개월, 노사 합의로 1년'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우리나라는 연장근로도 주당 12시간 한도로 제한한다. 1주에 52시간을 넘어서면 바로 법 위반이 돼 사용자가 처벌 받는다.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주당 8시간 특별연장근로만 예외로 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그나마 202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그 후에는 주 52시간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김영완 경총 노동법제본부장은 “탄력적 근무시간제는 줄어드는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요구된다”면서 “기업이 불가피하게 주당 52시간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위한 예외적인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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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직군·특례업종 재검토…구인난 보완 대책도 시급

경제계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 중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같은 예외조항을 우리나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하게 줄어든 특례업종도 면밀한 재검토를 통해 일부는 환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견·중소기업에 심화될 구인난 해결을 위한 방안도 요구했다.

먼저 재량성이 높은 업무에 적용을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일정 수준 이상 연봉을 받는 사무직 근로자를 노동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노동 시간과 임금 관계가 모호한 비생산직 분야에 주로 적용된다.

미국 법정 근로시간은 1주 40시간이다. 1주 40시간을 초과하면 시간 외 수당으로 통상임금 1.5배를 줘야 한다. 이에 기업 인건비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관리직과 행정직, 전문직, 외근영업직, 컴퓨터 전문직 등 일부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는 시간 외 근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장치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뒀다.

이는 4차 산업혁명과도 관계된다. 기술 발전에 따라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일하는 사람 행태가 다양해진다. 행태에 따라 적합한 근로시간 운영이 필요하다.

특례업종 축소 조정은 면밀한 재검토를 통해 일부를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무제한 근로가 허용했던 '특례업종'을 26종에서 5종으로 줄였다. 21종을 폐지하고 5종(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만 유지했다. 업계는 서비스산업은 임의로 근로시간을 조정하기 어렵고, 소비자 요구(24시간·휴일영업 등)에 맞춘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직무 특성에 따라 근로시간 적용 예외를 두는 것과 특례업종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비상상황 시 불가피한 연장근로가 근로시간 단축 예외조항에 포함되도록 하는 등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계는 구조적·만성 인력난 가중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난이 심화할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실질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비용도 비용이고 3D(더럽고·어렵고·위험한) 사양 업종은 특히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는 것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난 심화가 예상되는 중소기업 인력수급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일정 규모로 제한한 외국인 근로자 취업 조항 개선 등 특단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탄력적 근무시간제 단위기간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주요국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 1년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국가 : 프랑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사업장 규모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연간 부족인원 및 비용 추계

(단위: 십억원, 명)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이슈분석]근로시간 단축 비상〈하〉연착륙 해법은...유연한 제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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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