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시행이 임박하면서 산업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노동 시간과 임금 관계가 모호한 지적·창조적 분야 업계와 당장 인건비 부담을 직접 느끼는 중소기업은 정부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개발(R&D) 수행 기관과 기업부설연구소 보유 기업 대상으로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연장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효과적 보완책으로 꼽혔다. 또 탄력근로시간제 적정 단위 기간으로는 응답 기업(기관) 가운데 40% 가까이가 '1년'을 원했다.
탄력 근무제는 일이 많은 시기에 근로 시간을 늘리고 적은 시기에 줄이는 제도다. 정해진 기간 내에서 유연하게 근로 시간을 조정하는 게 골자로, 현행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은 3개월로 한정돼 있다.
경제 단체들도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 해법으로 탄력근로시간제를 꼽았다. 근로시간 단축 영향을 줄이는 또 다른 방안으로는 신규·기존 인력 인건비 지원과 노사 합의 시 특별연장 근로 허용이 제기됐다.
한 구직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체 기업의 30% 정도만이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고민을 시작했고, 나머지는 마땅한 대책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중소기업은 보완책 마련을 기대하면서 고용노동부 후속 조치만을 기다리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도 근로시간 단축 이행 애로 사항을 파악, 정부에 보완책을 요구한다.
예외 직군 인정과 특례 업종 재검토 등도 필요하다. 먼저 시행한 미국과 유럽은 예외 조항과 특례 업종을 다수 도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직군과 직업일수록 지적 및 창조적 분야가 많아 세심한 정책 고려가 있어야 한다.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시행에는 기업 존립을 위협하는 함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더 많은 업종과 기업군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연착륙을 위한 특단의 조치와 유연한 해법 없이 추진할 경우 우리 산업계는 '잠재적 범죄자' 집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