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다시 꺼진 '하나로'...경미한 기술 문제로 또다시 침묵

[이슈분석]다시 꺼진 '하나로'...경미한 기술 문제로 또다시 침묵

'하나로(HANARO)'는 세계 10위권의 고성능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다. 약 4년 전 내진보강을 위해 3년 5개월이나 가동을 멈췄다가 지난해 12월 초에야 내진 보강 작업을 마치고 재가동했다.

하지만 재가동 6일만에 또다시 멈춰야 했다.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경미한 기술 문제였다. 그런데, 가동 중단 기간이 또 길어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각종 안전 검증과 보고서 및 지침 변경 절차를 반복하면서 가동 재개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연구개발(R&D) 일정이 4년째 답보상태를 거듭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산업계로 넘어가고 있다. 가동을 정상화 하더라도 이용기반을 회복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12월 11일 새벽, '하나로' 재가동 6일만에 다시 정지했다. 원자로 내 '수조고온층' 이상을 감지된 때문이었다.

수조고온층은 수조 수 윗부분에 형성되는 고온층이다. 통상 아랫부분 물보다 5도 이상 높은 45도 정도를 유지한다. 따뜻한 물이 위로 향하는 '대류 현상'을 이용해 수조 수 밖으로 나오는 방사선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수조 수 윗부분에 미리 따뜻한 층을 형성해 수조 수 내 방사성 핵종을 포함한 물이 위로 상승하는 것을 막는 원리다.

원자력연이 그동안 유지해 온 하나로 수조고온층을 1.2m 두께인데, 당시에는 0.5m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5일 내진 보강 및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친 후 재가동을 앞둔 하나로의 모습.
지난해 12월 5일 내진 보강 및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친 후 재가동을 앞둔 하나로의 모습.

시설 자체의 온도 하락이 원인이었다. 원자로 시설 내진 보강 작업을 하면서 가동 중단 기간이 길어져 수조의 콘크리트가 완전히 식어버린 것이었다. '수조 데우기' 과정을 거친 후 수조고온층을 형성하자 수조고온층은 1.2m 정상 두께를 형성했다.

식어버린 수조 콘크리트를 데우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미한 사안이었다. 사실 수조고온층이 없더라도 수조 수 밖으로 나오는 방사선 수치는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시설 내 방사선 수치에 약간의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불과하다.

수조고온층 계통은 '원자로 시설의 안전등급과 등급별 규격에 관한 규정'을 비롯해 각종 규정에서 필수 핵심 요소로 취급하지 않는다. 원자력연이 작업자의 방사선 피폭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추가로 구축한 안전장치다.

온도 문제는 언제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가열장치를 확충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수조고온층 이상 현상을 손쉽게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원안위는 아직까지 하나로 재가동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번처럼 원자로를 사전 계획이나 스케줄 없이 정지한 경우에는 원안위가 허가해야 재가동 할 수 있다.

원안위는 사안은 경미하지만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한 후 재가동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안위 회의 운영규칙'에는 원자로 불시정지 및 수동정지 시 사건을 조사해 원인을 분석하고, 사업자(원자력연)의 조치사항을 검토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원안위 전체회의 보고 안건으로 올리도록 돼 있다.

오맹호 원안위 원자력안전과장은 “이번 수조고온층 문제가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수조고온층 계통이 하나로 운영 관련 문서에 명시돼 있어 이를 보완하는 작업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나로가 벌써 4년 동안 정상 가동하지 못하면서 최소운영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로가 대부분의 영역에서 원자력발전소에서 가동하는 원자로와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잠재 위험의 정도가 다른 만큼 관리 기준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전 시설은 다른 시설로 대체할 수 있지만 하나로와 같은 연구용 원자로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연구로의 열출력은 30메가와트(MW)로 전력생산용 100만킬로와트(kW) 원전시설의 3000MW에 비해 100분의 1수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특별안전지침(SSG-22)'으로 원자로는 잠재 위험의 크기에 따라 검증이나 운영, 규제에 차등을 두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실정은 다르다. 원자로 시설 안전등급 및 등급별 규격 규정 등 각종 규정에 연구로와 관련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때문에 연구용 원자로도 발전용 원자로와 동일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연구용 원자로 시설 안전심사 지침'이 있지만 상세 항목은 발전용 원자로 내용을 준용하고 있다.

오수열 원자력연 하나로연구이용단장은 “안전요건에 차등을 두라는 차등접근은 IAEA에서도 제시하는 사항”이라면서 “안전에 영향을 끼친다면 당연히 제재를 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처럼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침을 둬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구 활동 및 산업 발전을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나로 가동중단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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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