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국에서 개막한 국제방송장비전시회(NAB 2018)는 초고화질(UHD) 방송 무대였다. 방송사는 물론 방송장비업체도 UHD 기술력을 뽐냈다.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내 장비업체가 꾸린 한국관에선 세계 최초로 UHD 지상파 방송 시대를 연 우리나라 차세대 방송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뿌듯했다.
그러나 자부심은 짧았다. 국내에서 UHD방송을 보기 어려워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전체 5%가 안 되고, 그 가운데 UHD TV를 보유한 가구를 고려하면 UHD 수신율은 0.1%까지 떨어진다. 뛰어난 화질에 양방향 서비스 등 차별화된 경쟁력이 분명하지만 시청자는 거의 없다. 절벽 위의 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사와 정부는 UHD 재전송에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UHD 지상파 직접 수신 환경 개선을 고집하며 유료방송에 재전송할 방안을 찾지 않는다. 국민에게 UHD 방송은 여전히 묘연하다.
UHD 방송이 유료방송으로 재전송되더라도 환영할 수만은 없다. 지상파 방송사는 UHD 방송 설비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유료방송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높여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400원 수준인 CPS가 얼마까지 치솟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유료 방송사업자에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터다. 이는 유료 방송 서비스 비용으로 전가돼 시청자 부담이 된다.
누구를 위한 '세계 최초' UHD 지상파 방송인지 의문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정부에만 왕관을 씌운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영광과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세계 최초' 위상에 걸맞은 지상파 UHD 방송 시청 저변 확대가 시급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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