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북한이 어떤 상황인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도 없다.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남북 경협이 재개되면 에너지·자원 분야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전망이다. 에너지 네트워크 연결, 기존 설비 현대화 등 실제 협력에 앞서 북한 현지 에너지 시설 현황과 수급상황 전수조사가 우선이다.
북한 에너지 산업 수준은 남한의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반 정도로 추정된다. 평양 등 주요 도시에는 전력 등 선진 에너지가 공급되고 있지만 아직 대다수 지역은 목재와 무연탄 등을 활용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3년 12월 발표한 북한 에너지 소비행태 조사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11년도 기준 북한 가정의 연간 에너지사용량은 171만1000석유환산톤(TOE)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가정용 에너지사용량은 2162만1000TOE로 북한보다 12배 이상 높다.
남북 경협에 따른 에너지 협력이 이뤄지면 사회간접자본 시설과 북한 주민 대상으로 한 민간 투자가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원점에서 봐야하는 만큼 송전망 연결 공사가 우선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삽을 뜰 프로젝트로는 경의선 연결사업이 주목된다. 현재 도라산역까지 이어진 경의선이 향후 신의주를 넘어 중국 단둥까지 고속철로 연결되면 이를 뒷받침할 전력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나아가 중국-북한-남한으로 이어지는 송전망 구축으로 한국-중국-러시아-일본 전력망을 연결하는 슈퍼그리드 구축을 앞당길 수 있다.
다음은 삼척-원산-함흥-단천-라선(나진·선봉)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에너지벨트 라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베를린 구상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을 통과하는 천연가스 파이브라인(PNG)을 언급했다. PNG 구상은 그동안 해상으로만 가스를 수입하던 우리나라 수급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북한도 취사·난방 에너지를 무연탄과 석유에만 의존하던 구조를 벗어나 가스를 통한 열에너지 수급환경을 갖출 수 있다.
전력업계는 러시아 PNG 프로젝트와 동일 라인에서 송전망 구축사업이 함께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 공급여건이 갖춰질 때 PNG 구축 같은 대규모 공사도 빠르게 진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 벨트에는 향우 우리가 북한과 공동개발을 계획 중인 단천 자원개발특구와 라선 경제특구 등이 있어 전력망이 구축 지역으로 유망하다. 여기에 전력망 이중화 차원에서라도 신의주 라인과 라선 라인 두 개 이상의 대규모 송전망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북한 주민의 부족한 에너지 사정을 감안하면 전력망과 가스망 연결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대규모 사업은 국제금융기구의 원조가 필요하지만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급이 한창인 주택용 태양광 같은 소규모 신재생사업이 대안으로 언급된다. 북한 신재생 사업자 토지사용 허가 변수가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적용된 토지임대수익 공유모델 도입이 가능하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북한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인프라가 열악한 것은 여러 채널을 통해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며 “경협이 본격화되면 신의주 송전망 등 대형사업과 함께 현지 주민 대상으로 다양한 에너지 비즈니스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새터민 설문조사, 2011년 기준)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