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추진에 합의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 성과 도출이 기대된다.
전문가는 판문점 선언은 남북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평했다. 구체적 프로세스가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북미가 아닌 남북 사이 성과로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시선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쏠린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비핵화 세부 로드맵'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북한 '돌발행동'의 우려가 공존하지만 판문점 선언 수위를 봤을 때 북미 간 논의해야 할 구체적 비핵화 방법론 합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판문점 합의는 남북이 현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최고 수준 내용이고 완전한 비핵화라고 명시한 것은 최대 수준 합의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향후 북미회담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튼튼한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면서 “종전과 평화체제 문제를 언급한 것도 향후 미국, 중국까지 포함해 다자회담까지 염두에 둔 합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미국이 강조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어느 수준까지 구현될 수 있는지다. 남북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는 CVID라는 트럼프 행정부 절대 명제에 일정 부분 부합한다.
그러나 방법론에 있어 일괄적 핵 폐기를 요구하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제시한 북한의 '시각차' 또한 분명하다. 앞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라는 북한의 동결 방침은 기존 핵무기 폐기라는 미국 비핵화 원칙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낳았다.
비핵화 일정을 두고도 입장차가 뚜렷하다. 트럼프는 2020년 재선이 목표다. 시험대가 될 오는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이번 회담에서 초단기 비핵화 로드맵이라는 결과물을 보이길 원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초기에 '통 큰' 양보를 주고받으며 북한의 시간 끌기 시도와 단계적 보상 요구를 차단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반대로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긴 호흡을 유지하며 경제 제재 해제, 경제 협력 등 보상을 취하길 바란다. 양 정상이 큰 틀에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더라도 이행과정과 검증, 보상 문제 등 각론상 합의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담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트럼프와 김정은 둘 다 호탕하고 저돌적 성격으로 손익 개념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협상이 순조롭다면 의외로 조기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문 대통령은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위한 방안을 두고 폭넓게 논의했다.
남북미가 핵 폐기 단계까지 규정한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행하는 과정에도 문 대통령이 깊게 개입할 전망이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북미회담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 “이제 남은 관건은 북측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미국이 인정하고 통 크게 화답할 준비가 됐는가”라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