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5년 8월 광복 70주년을 맞아 바꿨던 표준시간을 2년 8개월 여만에 되돌리겠다고 밝힌 것은 남북 사이에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한반도 시차를 없애 한민족이라는 동질감을 높인다. 향후 남북 교류에서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의 표준시 변경은 남북정상회담장 현장에서 이뤄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깜짝 결단이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장 내 서울시간과 평양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두 시계를 보며 “매우 가슴이 아프다”며 “북남의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고 문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그러면서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 측이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면서 표준시 통일이 이뤄졌다.
북한은 2015년 8월 5일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 표준시를 빼앗았다”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평양시 제정을 결정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15일부터 기존에 사용하던 표준시간을 동경시보다 30분 늦춰 사용했다. 서울이 오전 10시라면 평양은 오전 10시30분으로 유지돼 왔다.
윤 수석은 “향후 예상되는 북미간 교류 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으로 생각한다”며 “남북 교류 등 여러가지를 감안한 조치하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은 “남북이 70년 이상 분단되어 있으면서 이질화가 심해졌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민족의 동질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첫 신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유창근 SJ테크 대표는 “사실상 북한이 시간을 바꾼 것은 핵 보유를 반대하는 한국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이번에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한 상황에서 시간 통일을 결정한 것을 같은 길을 가겠다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우선적으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하기로 했다. 이러한 사업에 필요한 물류 시스템 등을 오가는 과정에서도 당사자간 시간 통일은 필수적이다.
경제협력 분야 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교류 등 부분에 있어서도 기존 혼란에서 벗어나 훨씬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계획 언급도 기대를 모은다.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아직 사용 가능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은 비핵화의 첫걸음으로 여겨진다. 북한은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북부 핵시험장 폐기'를 포함한 결정서를 채택했다.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하고 실행 시점과 공개 방침까지 천명했다.
'디테일의 악마' 문제가 지적됐던 비핵화 방법론에 북한이 먼저 '공개' 카드를 내민 셈이다. 북한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핵실험장을 공개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공개 수준에 따라 북한 핵무력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