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4위 이동통신사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병 협상을 타결했다. 2014년 이후 이번이 3번째 합병 시도로 트럼프 행정부 최종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260억 달러(27조9000억) 규모의 양사 합병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각각 독일 도이체텔레콤,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양사 합병 법인명은 'T모바일'로 결정했다. 존 레거 T모바일 최고경영자(CEO)가 합병법인 대표를 맡는다. T모바일 대주주 도이체텔레콤이 지분 42%를 확보하고 소프트뱅크가 지분 27%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나머지 31% 지분은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한다.
양사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얼 포 5G 닷컴' 홈페이지를 개설, 합병 이후 3년간 5G 네트워크와 비즈니스에 400억 달러(42조8000억)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가 5G 선두주자로 중국·한국·미국을 손꼽았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5G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가 'T모바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소비자가 △저렴한 통신비 △보험서비스 적용 확대 △전례 없는 네트워크 용량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승인 여부에 따라 양사 합병이 최종 결정된다. 외신은 '5G 혁신'을 기치로 내세운 것은 FCC 승인을 유도하기 위한 액션 플랜이라고 판단했다.
양사는 “정부가 늦어도 2019년 상반기까지 합병을 승인해주길 바란다”면서 조속한 결정을 요구했다. 4G에서 5G로 전환하는 것은 마치 흑백TV에서 컬러TV로 전환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강조, 최종 승인을 유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병법인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정부 승인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친기업 성향을 보이고 있고,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이 M&A에 우호적 인물이라는 점은 합병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2014년 FCC가 경쟁을 위한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선 4개 이통사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 점 △정부가 현재 AT&T·타임워너 합병을 막고 있다는 점 △양사 대주주가 모두 외국 기업이라는 점은 승인을 가로 막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T모바일과 스프린트 가입자 수는 약 1억2600만명으로 합병이 승인될 경우 1위 버라이즌(1억5000만명)과 2위 AT&T(1억4000만명)에 뒤지지 않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사 합병 심사에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2014년 처음 합병을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 승인 문제로 무산됐다. 지난해 11월에도 추가 합병 시도가 있었지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합병법인 경영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좌절됐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