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여성벤처 육성에 적합한 토양 만들어야 할 때](https://img.etnews.com/photonews/1804/1062167_20180430125838_717_0001.jpg)
매서운 추위를 물리치고 봄이 왔다. 이제 농부들은 한 해 농사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낼 것이다.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논밭을 정비하고, 좋은 씨앗을 준비하고, 각각의 작물에 맞는 영양제도 미리미리 챙길 것이다. 씨를 뿌리고 수확하기까지 매일매일 돌보며 애정과 관심을 쏟아 부을 것이다.
여성 벤처도 20년 동안 고군분투해 왔다. 이제는 봄이라 생각하고 창업으로, 새로운 아이템으로 생존과 성장을 위한 씨앗을 스스로 뿌리고 길러 왔다. 어려운 환경에도 여성만의 기업가 정신과 집념으로 길러 낸 여성 벤처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3277개사, 전체 벤처의 9.3%에 이른다. 10년 전 501개사인 것과 비교하면 더욱 놀라운 성장이다. 물론 성장 대비 여성 벤처 비중이 다소 낮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 여성 기업은 남성이 대표자인 기업에 비해 매출과 자산 등 규모 면에서 작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 건전성이 우수하고 수익성과 효율성은 더 높게 평가되고 있다. 또 중소기업 대비 성장기 비중이 높고 쇠퇴기 비중은 낮게 나타나 향후 성장 가능성에 기대해도 충분하다.
이러한 여성 기업 특징과 벤처라는 기술 지식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결합은 고부가 가치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국내 산업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여성 벤처 사장들은 여전히 사업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여성 기업가 정신이 깨어난 봄은 왔지만 씨앗을 심을 적합한 토질과 양분이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남성의 기업 경영은 여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됐을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형성된 남성 위주 비즈니스 문화는 여성 사업가에게 늘 불리하게 작용한다.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 잔재가 남아서 유리천장이 되고, 성장을 가로막고 있어 환경 개선을 위한 적극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 양분은 충분하지만 적절히 공급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투자 환경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벤처펀드 4조원 돌파와 벤처투자 2조4000억원 달성 등 투자 시장은 사상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여성 기업에 대한 투자 금액 비중을 보면 2016년 4.6%에서 2017년 3.7%로 오히려 낮아졌다. 최근 3년 평균도 5.2%로 낮은 실정이다. 이마저도 창업 초기 기업에 집중, 성장기에 접어든 기업이 투자받기는 더욱 어렵다.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여성 벤처에는 벤처캐피털(VC)과 엔젤 투자자가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목표 수익률을 낮게 책정해야 한다. 상환 기간은 더 길게 연장하는 등 전략 접근도 필요하다.
결국 여성이 사회·경제 참여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동등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면밀히 들여다보고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서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산업계는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창의성과 세밀함, 유연성과 감성이 요구되는 융·복합 산업 환경에서 여성 벤처 규모 증대는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동력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 따라서 여성 벤처 지원 및 육성 당위성, 사회·경제 기여에 대한 긍정 인식 확산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여성 벤처가 사업하기 좋은 양질의 맞춤 토양이 제공돼야만 여성을 통한 벤처 씨앗이 지속해서 뿌려질 수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윤소라 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장 sora@ui8.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