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2017년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본지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과기정통부는 통신정책분야 국감 시정요구사항 중 유심가격 현실화, 공공와이파이 보안, 필수설비 공동활용 등 분야에서 실효적 개선 성과를 제시했다.
전파사용료 감면 등 부처 단독으로 추진이 어렵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분야는 장기 과제로 남겼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 일부 과제에 대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이견을 드러내며 논란을 예고했다.
◇완료과제
과기정통부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국감 통신정책개선과제 10건 중 2건을 '완료', 8건을 '추진 중'으로 보고했다. 추진 중인 과제에 대해서도 성과와 향후 계획을 제시했다.
공공와이파이 보안정책 수립을 대표적 완료 성과로 제시했다.
공공와이파이 접속 시 해킹위험을 안내한다. 암호화 접속 등 보안기능이 없는 기존 공유기(AP)에 대해 한정된 예산상 전면 교체 대신 신규 구축하는 모든 AP를 암호화접속 기능을 갖춘 제품을 활용키로 했다. 기존 AP는 개·보수 시 암호화접속 기능을 갖춘 공유기로 대체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와이파이 20만개 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향후 학교와 대중교통 수단에 제공할 공공와이파이 보안성 향상이 기대되지만 정책 자체로 실효성 논란을 겪고 있어 극복해야할 과제로 지적됐다.
과기정통부는 5G 시대에 대비한 필수설비 공동활용·구축 정책에 대해서도 사실상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필수설비 개선 고시(안)을 행정예고하고 5G 망 구축 직전인 8월까지 이용대가 협상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개선방안 도출
과기정통부는 일부 장기과제에 대해서는 실질 성과를 제시하고 구체적 개선방안을 담았다.
유심(USIM) 가격 합리화 정책 관련 상당한 성과에도 지속적 가격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에 국감결과를 통보하는 등 협의를 거쳐 3월 말 유심 가격을 기존 8800원에서 7700원으로 인하했다. 이후 다이소 등 유통채널이 다변화되고 5000원대 유심이 등장하며 경쟁체제 활성화를 예고했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통사에 유심가격 인하 여지가 있는지 검토결과를 제시하는 등 인하방안을 지속 협의할 계획이다. 공정위 담합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인하 등 조치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단말기 가격인하 방안을 마련하라는 국회 요구에 대한 대안 중 일부로 '중고폰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고폰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고폰 이력 공개, 중고폰 시세·가격 공시 등 정책이 포함될 전망이다. 중고폰 시장 유통구조를 투명화하고 신뢰성을 제고해 단말기 가격인하 주요 대안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단말기 가격인하와 관련 삼성전자, LG전자와 협의해 갤럭시S9, LG G7 씽큐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자급제 전용으로 출시를 확정한 점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다양한 제도 보완책을 제시했지만 현재 출시되는 고가 스마트폰에 대해 직접적인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과기정통부는 부당한 고가요금제 유도를 방지할 방안으로 이통사-대리점 간 표준협정서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표준협정서에 부당한 고가요금제 유도 행위 유형과 준수 의무 등을 명시하도록 개정을 검토한다.
고가요금제 확대는 이통사 정당한 전략이지만 판매점 수수료를 차별하거나 소비자에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지 않는 불완전영업은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판단이다. 부당한 고가요금제 유도행위 처벌 근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과제
국회가 시정조치를 요구한 과제 중에는 당장 해결이 어려운 과제도 적지 않다.
망 사용료 불공정거래 방지 정책을 마련하라는 시정조치 요구가 대표적이다. 과기정통부는 망 사용료 관련 불공정행위가 없는지 시장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불공정행위를 발견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수준의 입장을 내놓는데 그쳤다.
페이스북과 통신사 간 망사용료 갈등 등 불공정 문제가 확대되고 있지만 법률개정등 행정권 발동과 관련해서는 통상 갈등을 우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국감 최대이슈였던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관련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협의회)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자급률 제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법률로 자급제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기정통부가 사실상 추진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국회에 재확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과방위 일부 의원은 지방선거 종료 이후 국회가 정상화되면 곧바로 완전자급제를 이슈화,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알뜰폰 지원과 관련 과기정통부는 도매대가 협상·중재 등 자체로 할 수 있는 일은 완료했지만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남았다고 보고했다. 향후 진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과기정통부 시정조치 보고에 대한 국회 평가는 엇갈렸다. 시정조치 완료건수가 적고, 답변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 반면 일부정책에 대해 입장 정리조차하지 않은 타상임위원회에 비해 양호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국회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의 미추진 과제에 대해서는 형식적 보고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이행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