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 소비자 반감으로 이어진 세이프가드

지난 2월 발효한 미국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영향으로 미국 시장 세탁기(건조기 포함)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관세 직격탄을 맞은 한국 가전업체가 최대 8% 가격을 인상한 것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산 세탁기의 경우 120만대 초과 수입량에 대해서는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당초 예상대로 해외 가전업체뿐만 아니라 미국 소비자 피해도 현실화했다.

최대 수혜자는 역시 월풀 등 미국 가전업계다. 해외 가전업계가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하는 틈을 타 월풀은 슬그머니 동반 인상을 시도하고, 할인 판매도 중단했다. 한국 가전업계는 회사가 관세 부담 가운데 상당 부분을 감수하더라도 일정 부분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월풀은 관세 부담이 없음에도 가격을 올려 이익을 높이려 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월풀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재투자 등을 명목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지만 시장 가격 전반이 상승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다.

1990년대 월풀 양문 여닫이 냉장고와 프리미엄 세탁기는 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부의 상징이었다. 당시 미국 가전업계는 수출국의 폐쇄형 시장 정책에 반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던 월풀이 정부에 기대고 슬그머니 가격을 인상, 자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올해 초까지 한국산 최고급 세탁기 가격은 월풀 등 미국산 최고급 제품에 비해 약 500달러 높은 가격을 형성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높은 품질과 선호도 한국산 세탁기를 선택하는 수요가 큰 상황이다. 결국 미국 정부는 자국 일부 기업의 이해 때문에 소비자를 최우선하는 시장 정책 기조까지 팽개친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세이프가드 발효와 맞물린 월풀 등의 가격 인상이 도리어 미국 소비자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세이프가드를 청원한 월풀은 1분기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유독 북미에서만 이익이 늘어났다. 북미 소비자가 세이프가드의 최종 피해자임을 방증하는 결과다. 소비자 권익을 중시하는 미국 정부가 월풀 행태와 세이프가드 조치 전반을 재점검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