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경영위기' 넘긴 한국지엠, 진정한 회생 위한 3가지 쟁점

[이슈분석]'경영위기' 넘긴 한국지엠, 진정한 회생 위한 3가지 쟁점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조치로 본격화된 한국지엠 경영위기가 정부와 제너럴모터스(GM) 측에서 70억5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 자금 지원을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산업은행 측은 이달 중순 발표하는 '한국지엠 경영실사' 결과가 중간보고서와 달라지지 않을 경우 '법적 구속력이 부여된 금융제공확약서(LOC·Letter Of Commitment)'를 GM에 발행하고 주주 간 계약서를 체결한다. 이를 통해 약 석 달간 이어진 한국지엠 경영위기 사태는 종결된다.

한국지엠은 재정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법정관리'를 면하게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군산공장 폐쇄, 노동자 희망퇴직, 협력사·판매망 붕괴 등 많은 손실을 입었다. 이로 인해 한 때 연산 100만대였던 한국지엠 생산규모는 연산 50만대로 반토막 났다. 또 미래전략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10년 뒤 상황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재출발하는 시점에서 이미 수조원의 '빚'을 짊어지는 만큼 진정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많은 '허들(hurdle)'을 넘어야 한다.

왼쪽부터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댄 암만 GM 총괄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왼쪽부터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댄 암만 GM 총괄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득실' 분명한 경영정상화 방안…“실리를 챙겨야”

산업은행과 GM이 합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살펴보면 한국지엠 경영에 대한 GM 측 책임이 커졌다. GM은 우선주로 출자 전환하는 기존 대출금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을 포함해 총 63억달러(약 6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자금 투입 순서도 GM이 먼저하고, 산은이 나중에 한다.

GM은 '뉴머니' 36억달러(약 3조9000억원) 중 8억달러(약 8640억원)를 출자전환을 조건으로 한국지엠에 대출해준다. 8억달러는 퇴직금, 급여 등 노조 합의 사항에 사용된다. 이 자금은 만기 때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상환전환우선주로 출자 전환된다. 산은은 GM 대출이 완료되면 7억5000만달러(약 8000억원)을 출자한다. 산은 출자금은 한국지엠 연구개발(R&D)에 투입된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한국지엠 부평공장

하지만 한국지엠에 불리한 조건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GM이 투입하는 나머지 자금 28억달러(약 3조원)는 대출금이다. 27억달러는 일반 대출이고, 1억달러는 매년 만기가 도래하는 회전대출이다. 한국지엠은 지금까지 매년 기존 대출금(올드머니)에 대한 이자로 1300억~1400억원을 GM에 지불했다. 대출규모가 커진 만큼, 대출금리가 기존(4.8~5.3%)보다 낮아지지 않으면 한국지엠의 이자부담도 커진다.

◇흑자전환 위해 노사 모두 노력해야…“지나친 장밋빛 미래 견제”

한국지엠이 향후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빠른 흑자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손실을 기록, 총 적자가 3조1315억원에 달한다. 결국 지난해 자본 1조1514억원가량이 잠식된 상태다.

한국지엠 경영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GM이 약속한 신차 2종이 투입되는 2020년 이후 흑자 전환을 전망했다. 국내 공장에 배정하는 신차는 차세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9BUX', 1단계 개발이 진행된 차세대 글로벌 아키텍처 '크로스오버차량(CUV)' 등 2개 차종이다. 삼일 측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SUV, CUV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흑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
한국지엠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

이에 대해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차 2종이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2년 뒤 시장 상황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흑자전환을 판단한지 의문”이라며 “또 신차를 제외하면 한국지엠의 판매모델과 판로가 탄탄하지 못하고, 생산성에 대한 보완도 있어야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한국지엠이 '고비용 저생산'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AMA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연간 생산량이 2011년 81만854대에서 2016년 57만9745대로 28.5% 감소했지만, 임금은 매년 3~4%씩 인상됐다.

KAMA 관계자는 “르노삼성차도 2011년부터 생산, 내수, 수출이 모두 급격히 줄어 위기를 맞았다”며 “그러나 2012~2013년 임금동결, 생산목표 달성을 위한 긴급 특근요청 수용, 공정 개선 운동, 노사간 도시락 미팅 등 노사 협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향상이 물량 확보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췄다”고 했다.

◇완전 회생 해법은 '판매회복'…딜러 네트워크 복구·고객 신뢰

전문가들은 한국지엠이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결국 자동차 판매가 원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매회복을 위해서는 △고품질 신차 △착한 가격 △딜러 네트워크 정상화 등이 필요하다. 한국지엠은 최근 말리부, 크루즈 등 세단 라인업만 신차로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시장 트랜드(흐름)는 레저용차량(RV)이 주도하고 있다. 내달 중으로 국내 출시하는 이쿼녹스 뿐만 아니라 향후 다양한 RV 라인업 도입이 필요하다.

판매망 회복도 중요하다. 한국지엠전국대리점발전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지엠 경영 위기로 인해 지난해까지 304개에 달했던 한국지엠 영업점은 현재 286개로 줄었다. 영업점에서 근무하던 직원 수도 4000여명에서 2000여명으로 반토막 났다. 이는 결국 고객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판매량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과거 쌍용자동차가 '티볼리'로 회생한 것처럼, 결국 자동차 회사는 좋은 신차가 있어야 살아날 수 있다”면서 “딜러 네트워크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접점이기 때문에, 판로를 다시 살려야 한국지엠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슈분석]'경영위기' 넘긴 한국지엠, 진정한 회생 위한 3가지 쟁점

[이슈분석]'경영위기' 넘긴 한국지엠, 진정한 회생 위한 3가지 쟁점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