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전기오토바이로 짜장면을 배달하는 풍경이 일상화됐다. 배달기사 90% 이상이 전기오토바이를 탄다. 가솔린오토바이는 사라진 지 오래다. 국내는 정반대다. 주요 배달 대행업체들이 전기오토바이 한두 대를 구입, 시범 운행하는 게 전부다.
배달 문화 차이가 이 같은 격차를 유발했다. 국내 배달 대행업체 소속 라이더들은 하루 평균 120km를 이동한다. 시중에 나온 전기오토바이 최대 주행거리가 60km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 한 번은 충전이 필요한 셈이다. 바닥 난 배터리를 가득 채우려면 3~4시간 넘게 걸린다.
반면 기존 가솔린오토바이는 배달에 최적화돼 있다. 보급형 오토바이 씨티에서 엔멕스, 피씨엑스(PCX), 벤리까지 모두 전기오토바이 성능을 압도한다. 업계에 따르면 벤리 최대 주행거리는 300km에 이른다. PCX는 260km, 씨티는 90km, 엔멕스는 120km다. 속도 경쟁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전기오토바이는 60km대를 넘지 못한다.
배달 사업 성패는 시간과 싸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면 30분 내 가져다주는 게 일반적이다. 시간이 돈인 라이더 입장에서는 전기오토바이를 꺼릴 수밖에 없다.
실효성 논란을 떠나 전기오토바이가 앞서는 부분도 있다. 환경오염 주범인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다. 소음과 관련 민원도 줄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정부 보조금 혜택 때문이다. 판매가는 300만원이 넘어가지만 보조금을 빼고 나면 100만원대 중반에 구입 가능하다. 씨티는 230만원, 엔멕스와 PCX는 350~400만원, 벤리는 300만원 안팎으로 팔린다.
연료비도 적게 든다. 다만 전기오토바이로 갈아타게 할 만큼 동기 부여가 되진 않는다. 하루치 기름값이 6000~8000원을 넘지 않다 보니 연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일부 배달 대행업체들은 사무실 내부에서 전기오토바이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220볼트 전원 콘센트에 배터리 충전 케이블을 꽂는 방식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누진세 탓에 배터리가 많을수록 비용이 커질 수 있다”며 “충전에 따른 시간적 손해를 감안하면 연료비가 덜 드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찬밥 신세로 전락한 전기오토바이가 중국에서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배터리 충전 인프라가 풍부하다. 대형 슈퍼마켓마다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배달 대행업체들은 사무실에 여분의 배터리를 구비, 연료가 떨어진 라이더가 방문하면 즉각 교체해준다.
전기요금 누진세 제도도 없다. 하루 10km씩 꼬박 한 달을 타도 전기료는 3000~4000원에 그친다. 중국은 중소형 전기오토바이에 대해선 번호판도 붙이지 않도록 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탈 수 있게 규제를 푼 것이다. 반대로 일부 지방정부는 가솔린오토바이를 아예 탈 수 없게 법으로 막았다.
국내에서도 전기오토바이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배달에 특화된 전기오토바이가 등장했다. 국내업체 씨엠파트너가 개발한 썬바이크Ⅱ가 주인공이다. 최대 속력은 80km, 주행거리는 120km까지 향상됐다. 보조금을 받으면 344만원에 살 수 있다.
씨엠파트너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도 처음에는 매일 충전하는 데 따른 불편함이 컷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 있다”며 “전기오토바이도 이런 과정을 거쳐 널리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