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의 구조와 질량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측정기술을 개발했다. DNA 염기 연구와 천체물리학 분자 측정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정무영)은 토마스 슐츠 UNIST 자연과학부 교수팀이 레이저를 이용해 분자 고유의 회전을 관측하고, 관측한 정보를 분석해 분자의 구조와 질량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상관 회전 정렬 분광 기술(CRASY)'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CRASY는 레이저를 두 번 쏘아 첫 번째 레이저로 분자를 회전시키고, 두 번째 레이저로 회전하는 분자를 관측한다. 관측 정보를 분석하면 분자의 구조뿐 아니라 질량, 에너지, 진동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존 분광 기술은 분자의 구조, 질량 등 여러 요소를 개별 측정해야 했기에 측정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분자의 회전은 사람 지문처럼 분자마다 고유한 지표를 띤다. 어떤 분자가 무엇을 중심축으로 삼고 어떤 방향으로 도는지 측정하면 그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관건은 분자가 회전하는 아주 짧은 순간을 재빠르게 포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슐츠 교수팀은 레이저 빔의 이동거리를 인위적으로 늘려 측정 시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분자의 회전 순간순간을 재빠르게 포착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회전 스펙트럼을 이용해 CRASY의 완성도를 높였다.
슐츠 교수는 “기존 방식으로는 하루에 16나노초의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었지만 CRASY는 300나노초의 스펙트럼을 포착한다”면서 “분별이 어려웠던 불균일 시료나 동위원소도 별도의 과정 없이 한 번에 측정할 수 있어 다양한 기초 분자과학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