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하드웨어(HW) 업계에 좋은 소식이 들린다. 케이티엔에프(KTNF)는 정부 과제로 x86서버 메인보드를 개발했다. 국내 처음이다. 이슬림코리아도 정부 과제로 올플래시 스토리지 국산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버와 스토리지 국산화에 막이 올랐다.
물론 HW 국산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산화 프로젝트에 걸던 기대보다 실망이 큰 것도 사실이다. 1989년 정부는 민·관 합동 외산 시스템 대체를 위한 주전산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정부 주도 아래 삼성전자, 금성사(현 LG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참여했다. 결과물은 2000년대 공공망에 적용됐지만 이후 외산 서버에 밀려 사라졌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시 한 번 'ICT 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장비 산업 국산화와 생태계 구축 추진이 골자였다. 서버·스토리지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했고, ETRI를 통해 저전력 마이크로 서버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서버·스토리지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 지정은 외산 유통 기업 등 반발로 반쪽짜리가 됐다. 저전력 마이크로 서버는 개발 완료에도 아직까지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산 HW 기업 점유율은 1~2%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부 지원·개발 시도는 빛을 보지 못했다.
전문가는 과거 국산화 프로젝트 실패가 단기 개발 성과에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HW 기업은 영세하다. 개발뿐만 아니라 영업, 사후관리(AS) 분야 등 기업 자체 성장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 판매, 성장 등으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HW 국산화는 포기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개막으로 고사양 컴퓨팅 장비 수요는 지속 증가한다. x86서버, 올플래시 스토리지 등 새로운 장비가 시장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투자 규모가 작아도 가능하다. 기술 개발 난이도도 낮아 중소기업도 도전할 만하다.
문제는 시장이다. 개발을 해도 시장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정부는 국산 HW가 시장에 안착하도록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 국산 HW 기업은 제품 공급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장기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정부도 기업도 모두 미래를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