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만년적자' 인하국제의료센터 일감 몰아주기

한진그룹이 지배하고 있는 '인하국제의료센터'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항공은 센터 내에 통합운영센터(IOC)를 설치해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 스케줄이 있는 직원들을 강제로 출퇴근하게 했다. 또 직원 신체검사, 건강검진을 인하국제의료원으로 한정해 몰아주고 있다.

인하국제의료센터
인하국제의료센터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에서 비행을 나가는 운항승무원과 객실 승무원들에게 출·퇴근 시 인하국제의료센터 내 IOC를 거쳐 가도록 강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운항·객실승무원들은 비행시간보다 2시간가량 먼저 IOC로 출근해 합동브리핑을 실시한 뒤 공항으로 이동한다. 비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IOC를 거쳐서 퇴근해야 한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만 있을 때는 이동 시간이 셔틀버스로 5분 만에 가능했지만, 제2여객터미널(T2)까지는 30분 이상 소요된다.

대한항공은 당초 운항승무원의 경우 인천공항 내 브리핑실에서, 객실승무원은 한국공항 건물 내 직원운영센터(COC)에서 브리핑을 진행했다. 하지만 2009년 브리핑실을 COC로 옮기면서 운항·객실승무원 합동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브리핑실 이동으로 인한 불편과 비효율성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이 제기됐다.

대한항공은 2012년 인하국제의료센터에 IOC를 설치하고 합동브리핑 장소를 옮겼다. 과정에서 노조와 사측은 근무시간 보장, 출퇴근 불편, 비효율성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사측 의도대로 진행됐다.

대한항공 차세대 항공기 B787-9 (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차세대 항공기 B787-9 (제공=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단순히 장소가 바뀌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인하국제의료센터는 2012년 한진그룹이 대한항공, 한국공항, 인하학원, 정석기업 등 계열사로부터 380억원을 투자받아 개원한 곳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국제업무지구에 지하 2층, 지상 9층 규모(연면적 2만902㎡)를 갖췄다. 현재 지상 2~3층만 의료 용도로 사용하고 있고, 7~9층은 대한항공 사무실로 쓰고 있다.

인하의료센터는 설립 당시 연간 3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의료관광 수요가 예상보다 턱없이 부족하면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센터를 응급실과 병실 등을 갖춘 '병원'이 아닌 '의원'으로 등록하고 제한적 진료만 제공하고 있다. 주력 진료과목은 성형외과다.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남편인 박씨는 인하국제의료센터 간판 성형외과 의사로 근무하다가, 이달 초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사표를 제출했다.

인하국제의료센터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건강검진 몰아주기 논란도 있다. 본래 김포공항 본사 내에 있는 항공 의료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아 온 직원들은 2014년부터 인하국제의료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게 됐다. 특히 조종사들은 6개월 또는 1년 마다 정기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