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주방가전인 레인지 시장에서 전기레인지가 대세로 부상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레인지 제품군도 주방전문업체 아이템에서 가전업체 아이템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1분기 국내 B2C 시장에서 판매한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 가운데 전기레인지 비중이 처음으로 80%에 도달했다. 일반 소비자가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선택한 비중은 2016년 1분기 15%, 지난해 1분기는 50%였다.
주방가전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소비자가 보다 편리한 기기를 찾는 가운데 전기레인지 수요가 늘고 있다. 전기레인지 화력이 가스레인지 수준으로 개선됐고 미세먼지 이슈도 소비자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각종 안전기능과 편의기능이 추가됐고 관리가 용이한 점도 소비자 마음을 돌린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업체는 전기레인지 시장 잡기에 혈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인덕션과 라디언트를 탑재한 전기레인지 하이브리드 신제품을 출시했다. LG전자도 사물인터넷(IoT)을 지원하는 전기레인지를 비슷한 시기 선보였다. SK매직은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로 가스레인지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전기레인지는 가스레인지보다 아직까지 두배 가까이 가격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장 성장세다.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은 지난해 기준 60만대 규모로 추산된다. 2년 전만 하더라도 30만대에 불과했지만 1년 사이 두 배 성장했다. 올해에는 8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LG 디오스 전기레인지 1분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했다. SK매직도 지난해 전기레인지를 약 10만대 판매했고 올해 1월에만 1만대가량 판매했다. 현 추세를 이어간다면 지난해 판매 실적을 상회한다.
온라인 판매에서도 전기레인지는 가스레인지 판매량을 추격하고 있다.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레인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전기레인지와 가스레인지 판매 비중에서도 성장세가 월등하다. 지난해 4월 전기레인지 판매량 점유율은 39%였지만 지난달에는 49%를 기록해 같은 기간 50.9% 점유율을 기록한 가스레인지를 추격했다.
전체 주방용 레인지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스레인지가 대세다. 전기레인지가 얼마나 빠르게 시장을 대체하느냐가 관심사다. 삼성과 LG는 물론이고 여러 중견 가전업체가 전기레인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레인지 시장이 기존 주방 전문업체에서 가전 업체로 이전하는 트랜드가 발생했다. 신흥 시장을 두고 기존 업체와 가전 업체 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전 업계는 B2C를 넘어 신규 아파트 등 B2B 시장을 대상으로 전기레인지 마케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전기 레인지가 얼마나 빠르게 가스 레인지 시장을 잠시하느냐갸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