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은 과학과 달리 과학의 이상적 목표를 현실화해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원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상용화 제품 개발에 관심이 많은 공학자다. 새로운 첨단 기술이 기술에만 그치지 않고 언젠가 일상에 쓰일 수 있고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홍 교수가 최근 개발한 소방용 통신헬멧도 그런 취지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올해 초 포항남부소방서에서 개발의뢰를 해왔습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가 떠올랐죠. 무선통신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컸다는 사실을 알고 개발에 착수했어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이후 전문가는 노후된 무전기가 먹통이 되면서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홍 교수는 “무선통신은 연기나 소음이 발생하는 긴박한 화재현장에서 인명피해를 줄이는 큰 역할을 하는데 지금까지 현장에서 쓰인 무전기는 양손을 사용해야 하는 소방작업 시 실용성이 크게 떨어졌었다”면서 “소방관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통신헬멧을 개발하게 된 동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헬멧에 무선통신기능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은 20년 전에 이미 개발됐는데 왜 아직 실용화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면서 “결국 시장규모가 작고 사업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포항남부소방서와 함께 불과 3개월 만에 소방용 통신헬멧을 개발했다. 소방용 헬멧 안에 안테나와 무전기가 삽입된 일체형 소방용 무전헬멧이다. 구조대원이 안전용 헬멧을 쓰면 내장된 안테나와 스피커를 통해 작전지시를 받을 수 있다.
“소방용 헬멧과 무선통신 모듈을 레고처럼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기술이전 받은 기업이 올 연말까지 소방관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완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홍 교수는 통신헬멧과 같이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제품 개발에 관심이 많다. 주요 연구분야는 무선통신 하드웨어 기술이다. 무선주파수(RF) 회로 설계를 주로 전공했고, 지난 10여년간 휴대폰 통신용 기지국 등 신호를 송수신하는 하드웨어분야 연구에 매진했다.
지난 2010년부터는 차세대 이동통신인 5G기술 개발에 관여했다. 5G 분야에서는 국내 선두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관련 분야 특허만 70여개를 보유하고 있고, 매년 평균 10개 특허를 출원하고, 관련 SCI급 논문만 20편 넘게 발표했다.
홍 교수는 “5G 기술 상용화를 위해 현재 국내외 대기업 10여곳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5G는 연구를 거듭할수록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조만간 체감할 수 있는 5G 관련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홍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거쳐 지난 2월 포스텍에 부임한 신진 교수다. 현재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행하는 학술지 'IEEE 트랜잭션 온 안테나 앤 프로퍼게이션'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