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부실·관리책임 등 공방
[전자신문인터넷 최정환기자] 대우건설 신임 사장에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이 내정된 가운데, '자격 논란', '낙하산 인사 논란' 등 적격성 관련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도 '사장 선임 과정 공개', '김형 후보 자진 사퇴' 등을 요구하면서 반발하고 있어 사장 선임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가 김 전 부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최종 낙점한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그의 이력이 대우건설 사장 요건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사외이사 2명, 산은 관계자 2명, 대학교수 1명으로 구성된 사추위를 구성하고, 사장 후보 자격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산업은행이 제시한 사장 후보 자격은 △국내외 건설분야 경험과 전문성 △건설업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통찰력 △대규모 조직을 성공적으로 관리한 경험 △도덕성과 윤리성 검증 △대규모 부실책임 유무 등에 결격사유 등이다.
김 전 부사장은 1956년생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토목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 상무로 재직하던 2011년 삼성물산으로 옮겨 시빌(토목)사업부 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포스코건설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으로 퇴사했다.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전 부사장의 이력은 네 가지 정도다. △현대건설 재직 당시 뇌물공여죄로 구속됐다가 이후 무죄 처분된 것으로 알려진 이력은 실제로는 현대건설의 노력으로 구속을 피했다는 게 업계의 풍문이다. 구속사유에 해당하는 중범죄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풍문을 정리하면 △결국 뇌물공여죄 문제로 현대건설을 떠난 김 전 부사장은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물산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 수주를 지휘한다.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는 6000억원 이상 공사비 덤핑, 공사 부실 등으로 삼성물산에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끼친 사업이다.
△이후 '싱크홀 사건'으로 잘 알려진 지하철 9호선 석촌호수 구간 터널공사 등의 총괄 관리 책임자로 일하다 '싱크홀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삼성물산을 떠난다. 석촌호수 구간 터널공사는 기본을 무시한 공사관리로 발생했으며, 관리 부실이 공사비 증가로 이어져 2000억원 짜리 공사의 준공 시점 원가가 3000억원으로 오를 위기라는 게 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가장 최근까지 재직한 포스코건설에서도 토목부문 총괄 부사장을 맡았으나 2016년 남양주 진접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 붕괴사고로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한 사고의 책임을 지고 퇴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덕성도 문제지만 당장의 실적을 위해 무리한 덤핑 수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부실이나 관리 소홀로 대형사고를 유발해 퇴직한 인사를 대우건설 사장으로 밀어붙이는 산업은행의 속내가 궁금하다"면서 "박창민 전 사장 선임 당시처럼 배후에 정권실세가 있는 건 아닌지, 있다면 최순실 역할은 누가 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노조도 21일 성명서를 통해 "신임 김 후보자는 2004년 현대건설 재직 당시 공직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데, 전과 이력이 있는 사람을 사장 후보로 추천한 배경이 의심스럽다"면서 "신임사장 선임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동시에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우건설 사추위는 21일 김 전 사장의 자격 논란과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뇌물 공여 사항은 후보자가 당시 검찰 조사는 받았으나 무혐의가 인정돼 기소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는 삼성물산에서 별도 조직으로 운영돼 후보자는 전결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서울지하철 9호선 싱크홀 사건 발생 책임과 관련해 해당 사건의 현장책임자였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며 "본사 토목사업부 총괄 관리 책임자로서 철저한 원인 규명을 지시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원상복구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최정환기자 admor7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