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와 BOE가 손잡고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든다. 오는 11월 삼성전자보다 먼저 폴더블폰을 공개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1위 스마트폰 업체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가 '타도 삼성'을 기치로 힘을 합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발 스마트폰에 이어 폴더블 시장 공세가 예상보다 강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와 BOE가 손잡고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 8인치 크기에 화면이 안쪽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 폴더블 디스플레이 제조를 BOE가 맡는다.
BOE는 중국 최대이자 글로벌 선두권인 디스플레이 제조사다. 삼성·LG를 제치고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1위에 올라섰고, 차세대 전략 사업으로 OLED를 육성하고 있다. BOE는 지난해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을 시작했다. 6세대는 중소형 OLED 가운데 가장 앞선 공정 기술이다. BOE는 중국 최초로 6세대 라인을 가동했다.
화웨이는 오는 11월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한다. 삼성전자를 의식한 일정이다. 삼성은 11월 폴더블 스마트폰을 양산할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화웨이는 삼성보다 먼저 제품을 공개해서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 타이틀을 거머쥐고 시장 선도 기업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더 이상 후발 주자가 아니라는 공식 선언인 셈이다.
화웨이는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이 예상됐다. 삼성전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양산과 품질 등의 측면에서 현실 대안으로 LG디스플레이가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웨이는 BOE를 낙점했다. 자국 기업끼리 힘을 합친 것이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BOE OLED 양산 능력에 의구심을 표하지만 기술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BOE는 다수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2개 회사로부터 4개 모델을 수주해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폴더블 시장 개척에 공격성이 상당히 강하다”고 전했다.
화웨이와 BOE의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은 국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업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업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최근 수년 동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든 반면에 중국 스마트폰 업체 해외 진출 확대로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과 인도에서 중국 스마트폰에 밀려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고,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9 판매도 시들하다.
폴더블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는 이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유력한 대안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중국 업체 발 빠른 폴더블 추격으로 더 이상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측면에서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라면서 “단순히 세계 최초 출시에 집중하기보다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