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뜨거운 감자다. 의료용 광선치료기 'IPL(Intensed Pulsed Light)'을 이용해 피부를 치료한 한의사에 대한 보건복지부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24일 한의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정지 처분 취소 항소심에 대한 장관 항소를 기각했다. 복지부는 한의사 A씨 면허자격정지 처분에 대해 대법원 상소를 포기했다.
재판부는 “의료인 면허 범위 규정과 법리, 한의사 면허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에 대한 법적 판단 어려움과 IPL 시술 내용과 특성 등을 고려하면 사건 위법행위 위반정도나 인식가능성과 위험성이 미약하다”고 밝혔다.
IPL 사용이 한의사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지 여부가 모호하다는 의미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은 면허된 것 외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의사나 한의사 면허 범위와 한계를 명확하게 명시하지는 않았다.
IPL 등 현대 의료기기 사용 여부는 의료계 논쟁거리다.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됐다. 한의사는 “IPL 기기 사용이 한의사 사용 범위 안에 든다”고 주장한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IPL 의료기기는 일반 가정에서도 비슷한 원리를 활용한 기구로 사용된다”면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규제는 한의약 발전과 정확한 진단·진료를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대전 유성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한 한의사 A씨가 2008년 1월부터 2009년 6월까지 환자 7명에게 IPL을 이용, 면허 외 의료행위인 피부치료를 하면서 시작됐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A씨가 검찰에 고발되고 복지부는 2016년 8월 A씨의 대법원 유죄 판결을 근거로 자격정지 2개월을 처분했다. A씨는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의료법 위반 범죄사실로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 받았지만 이후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시 상고심에서 기각돼 2016년 4월 29일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복지부는 자격정지 2개월 처분에 대해서도 행정법원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복지부 처분이 문제 있다고 판결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