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로 지난 2년여간 판매를 중단했던 폭스바겐이 시장 복귀 3개월 만에 수입차 톱3 진입에 임박했다. 5월부터 본격적인 출고에 돌입한 신형 티구안은 월간 베스트셀링 모델 1위를 눈앞에 뒀다. 업계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소비자 신뢰 회복보다 판매에만 우선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5월 한 달간 2000대 이상 판매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신형 티구안은 1500대 이상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중형 세단 파사트 GT에 이어 신형 티구안 출고가 본격화되면서 판매 대수가 급증했다.
폭스바겐은 실적 마감 전이라 정확한 판매 대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현재 추세라면 신형 티구안 차종별 판매 1위 등극과 수입차 브랜드별 판매 3위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이달 2000대 이상을 기록하면 수입차 톱3 진입이 유력하다. 지난달 신차(A6 35 TDI 2018년형)를 내놓은 아우디가 2165대를 판매하며 벤츠(7349대), BMW(6573대)에 이어 단숨에 3위에 등극했다. 이달에는 아우디가 다소 주춤한 사이 폭스바겐이 3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이 판매를 빠르게 끌어올린 것은 신차효과가 주효했다. 지난달 19일부터 공식 판매에 돌입한 신형 티구안은 현재 계약 대수만 3000대를 넘어서며 상품성을 입증했다. 추가 계약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출시 첫 달부터 시행한 이례적인 파격 프로모션도 영향을 미쳤다. 공식 금융상품 혜택과 비공식 할인 혜택을 더하면 신형 티구안(3860만~4750만원)은 국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비슷한 3000만원 중반대부터 4000만원 중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자회사 금융상품을 통해 신형 티구안 구매 시 36개월 무이자 할부, 최고 53% 잔가 보장형 할부, 선납금 없는 운용리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여기에 딜러사들이 자체 프로모션을 통해 현금 구매 시 6%, 할부 구매 시 8% 할인 혜택을 내놓았다. 중고차 매입 프로그램인 트레이드-인을 활용하면 최대 13%에 달하는 할인 혜택도 제공했다.
아우디에 이어 폭스바겐까지 성공적으로 시장에 복귀하면서 수입차 시장 순위는 독일차 4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폭스바겐과 아우디 빈자리는 토요타, 포드, 랜드로버 등이 차지해왔다. 디젤게이트 이전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월평균 2500여대를 판매해 벤츠, BMW에 이어 수입차 시장 3~4위권을 유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 이후 한국 내 신뢰 회복보다 판매 회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콜 늑장 대응과 해외 소비자와 배상 차별은 물론 각종 소송에도 여전히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디젤게이트 당시 회사를 총괄했던 요하네스 타머 총괄사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독일로 출국한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로부터 비롯된 소비자 차별, 소송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판매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수입차 시장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