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아자동차 쏘렌토, 스포티지 등 일부 차량 공조기에서 분출되는 일명 '에바가루'에 대한 유해성 조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이 에바가루로 인한 피해 상황을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공론화 됐다. 하지만, 기아차에서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을 통해 에바가루 유해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KATRI는 현재 기아차에 에바가루 발생 원인, 성분 물질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기아차 에바가루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달 27일 쏘렌토 차주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다.
청원인은 “운행 중 에어컨 송풍구에서 하얀 가루가 날리고 차 안에 쌓이기 시작했다”면서 “기아차 사업소에서는 무상 보증기간이 지나서 해줄 것이 없고, 하얀가루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검사가 나왔다면서 문제 없으니 그냥 타라고 하는데, 대외적으로 공개해서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인지 성분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하얀가루는 공조기 작동 시 '에바포레이터' 알루미늄 코팅이 산화하고 이것이 벗겨져 유입된 에바가루로 추정된다. 과거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문제가 됐던 은색 금속가루와 동일한 것이다.
에바가루는 유해 물질로 분류되는 수산화나트륨, 산화알루미늄 등일 수 있다. 수산화나트륨, 산화알루미늄 등은 피부, 안구 등에 화상을 입힐 수 있다. 또 신경세포에 축적될 경우 독으로 작용해 신경 기능을 손상시킨다.
또 청원인은 본인의 차량뿐 아니라 같은 공조기 제조사 부품을 적용한 다수의 차종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쏘렌토 에바가루', '스포티지 에바가루'. 'K3 에바가루' 등을 검색하면 비슷한 문제가 여러 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단지 안전 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무상수리 또는 리콜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또 쏘렌토, 스포티지에 공조기를 납품하는 '두원공조' 측에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청원인은 “아무 죄 없는 가족들이 마시는 가루가 설사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항상 맘에 걸려 불안한데, 철저하게 조사해달라”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리콜 수준이라고 생각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당 문제만큼은 해결될 때까지 무상처리하든지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곳에서는 더이상 차를 만들지 못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청원은 9000여명 밖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답변해야 하는 기준인 20만명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게시판에는 쏘렌토 에바가루와 관련한 다양한 청원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유해성 여부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아차 쏘렌토, 스포티지 등 일부 모델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제조사와 함께 원인부터 알아봐야 한다”면서 “과거 렉서스 차량에서 발생한 하얀 가루와 유사해 보이지만 자세한 것은 상세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