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저소득층과 관련한 대응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와 청와대 경제팀이 총출동했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점검회의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회의 개최 배경은 말 그대로 가계소득 동향 점검이 목적이었지만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이 공식 의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출발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소득 이론은 저소득층에 충분한 임금을 보전해 줌으로써 소비를 촉진시키는 한편 총수요를 늘려서 경기를 되살리고, 그 결과 경제 성장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최저임금제, 노동시간 단축,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등이 정책 성공을 위한 세부 방법론이었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론일 뿐 현실에서는 실패한 모델이라는 게 대세였다. 우리처럼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고용 구조에서 임금 인상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옅다는 게 중론이었다.
1년 경제성적표가 이를 그대로 보여 줬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 소득 분포는 소득이 가장 적은 계층(하위 20%)인 1분위 가계소득이 8% 줄었고, 그 대신 상위 20%인 5분위 가계소득이 9.3% 늘어나 계층 불균형이 더욱 커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고자 했지만 오히려 임금은 감소하고 고용도 불안해지는 역설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일자리 역시 평균 30만명에 이르던 취업자 증가분이 3개월 동안 10만명대로 하락했다. 세계 경기는 호황인데 국내 경기는 급속도로 식어 갔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책임 회피다. 정책 효과도 불분명한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고 한숨을 돌린다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경제 정책은 탁상공론일 뿐이다. 이르면 다음 달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