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7년 12월 검찰수사관을 사칭한 전화사기범에게 “신청인 명의가 도용돼 금융거래에 불법 사용된 혐의가 있으니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말에 속아 가짜 법무부 사이트에 접속하고 주민등록번호와 인터넷 뱅킹 관련 정보를 입력했다. 전화사기범은 피해자 인터넷 뱅킹 정보로 9억원을 부정 인출했다.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은 A씨는 주민번호변경을 신청했다.
#B씨 가족은 아버지로부터 상습 폭행에 시달렸다. 아버지는 징역 4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출소 후 보복 우려가 있어 어머니와 자녀 3명 모두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했다. 가족 중 3세 아이도 주민번호를 변경했다.
지난 1년 간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신체·재산상 피해를 입은 국민 47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변경됐다. 행정안전부(장관 김부겸) 소속기관인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위원장 홍준형)가 30일 출범 1년을 맞이해 성과를 발표했다. 변경위원회는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심의하는 합의제 의결기관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탄생과 함께 출범했다.
지난 1년간 총 1019건의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이 접수됐다. 변경위원회는 이 중 765건에 대해 신청인이 제출한 입증자료와 사실조사에 근거한 공정한 심의 결과, 총 476명의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했다.
변경위원회는 주민등록번호 변경 이후에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경찰청 등 관련기관과 협업을 통해 국민 피해예방도 힘쓴다.
주민등록번호가 변경이 결정된 유형은 △재산 피해 및 피해 우려가 312건(65.5%) △생명·신체상의 위해 및 위해 우려가 164건(34.5%)이었다.
재산피해 중에서는 검찰·경찰·금감원 직원 사칭 사기전화(보이스피싱)로 인한 피해(157건, 50.3%)와 신분도용으로 인한 피해(145건, 46.5%)가 전체 재산피해 중 약 97%를 차지했다. 기타 스미싱·해킹 등에 의한 피해가 10건이었다.
생명·신체상 위해 중에서는 가정폭력 피해가 87건(53.0%)으로 가장 많았고, 데이트폭력 등 상해·협박이 55건(33.6%), 성폭력 피해 11건(6.7%) 및 명예훼손·학교폭력 등 기타 11건(6.7%) 순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114건(23.9%), 경기도 113건(23.7%)으로 수도권 지역이 가장 많았고, 제주도가 3건(0.6%)으로 주민등록번호 변경건수가 가장 적었다.
연령대별 현황은 10대 이하 18명, 20~30대 192명, 40~50대 203명, 60~70대 60명, 80대 이상 3명 등이다.
유출된 주민등록번호가 악용돼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원천 차단해 2차 피해를 사전 예방한다. 변경위원회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다 성숙한 제도운영과 홍보로 국민 개인정보 보호와 피해자 권리구제에 앞장설 계획이다.
홍준형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위원장은 “개인 정보가 곧 그 '사람'인 시대에 국민 정보보호와 피해 구제에 앞장서 '국가가 내 삶의 세심한 부분까지 책임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인순 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