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독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이 올해 1분기에만 80.6%를 기록하면서 업계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보험료 인하를 실시하고 있어 이와 같은 양극화 현상은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빅4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80.6%를 기록했다. 이들 보험사는 지난해 시장점유율에서 첫 80%를 넘은 뒤 지속 확대하고 있다.
대형 4사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3년 72.9%를 기록한 뒤 2014년 74.3%, 2015년 77.4%, 2016년 79.1%, 2017년 80.2%를 기록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등록 대수 증가율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형사들이 출혈 경쟁에 나선 여파다.
실제 대형 4사 중 하나인 삼성화재는 작년 8월 개인·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1.6% 인하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도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0.8% 인하했다. 현대해상과 DB손보, KB손보도 지난해 각각 1.5%, 1.0%, 1.6% 자동차보험을 내렸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특약만 다를 뿐 회사 간 보장에서 차이가 없는 상품”이라며 “회사의 규모와 브랜드 이미지,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소형사의 어려움은 가중하고 있다. 우량 고객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가격 경쟁력을 높이다 보니 이익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낸 보험사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중소형 보험사는 AXA(악사)손해보험이 유일했다.
중소형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가격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대체로 손해율이 높은 고객이 많아 마냥 가격을 내리기엔 리스크가 커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경쟁으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분기 78.2%였던 전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1분기 82.6%로 오르면서 다시 80%를 넘어섰다. 특히, 대형 4사의 손해율은 지난해 1분기 77.3%에서 올해 1분기 82.6로 5.3%포인트(P)오르면서 이 기간 중소형사의 손해율 증가율(0.7%)보다 8배 가까이 인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으로 손보사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또 이른바 '미끼상품'으로 운전자보험, 실손보험, 저축성보험, 보장성보험 등 다른 장기보험을 판매할 수단이 되기도 해 손해율로 이익이 나지 않아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
박윤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