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 정부의 비공식 규제로 고전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인 중국은 여전히 놓칠 수 없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보조금 제도가 폐지되는 2020년 이후를 장기 관점에서 내다보며 현지 자동차 제조사와 관계 회복에 힘쓰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신에너지차 생산량은 79만4000대로 80만대에 육박한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규모다. 올해는 1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까지 중국의 누적 전기차 생산 목표는 500만대에 이른다. 중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도 2016년 30GWh에서 2020년까지 94GWh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국내 배터리 3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물밑에서 대비해왔다. LG화학은 2020년까지 2394억원을 출자해 세계 1위 코발트 정련업체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양극재 합작 생산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1월 중국 우시에 배터리팩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중국 투자를 위한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배터리셀 공장 착공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향후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최근 들어 중국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공급을 활발히 논의하는 만큼 2020년 이후 출시되는 전기차에 한국산 배터리가 탑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공신부가 주행 거리에 따라 보조금에 차등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보조금 정책을 발표하는 등 높아진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담보되는 한국 업체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3년 만에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 자동차 기업과 이미 공급 논의를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2020년이 중국 배터리 사업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현지 사업이 중국 정부 정책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철수 위기까지 겪은 만큼 신중한 분위기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와 차별화되는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개선 분위기가 감지됐고 올해 들어서는 중국 제조사들과 2020년 이후 출시 차량에 대한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중국 현지 배터리 업체 중에서 CATL을 제외하고는 기술력을 확보한 곳이 없는 만큼 기술력이 담보되는 한 한국 배터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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