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던 700억 대작 다시 무대로...스팀, 한국게임 부활 관문 됐다

블레스 스팀 버전, 제공:네오위즈
블레스 스팀 버전, 제공:네오위즈

스팀이 한국게임 재기 무대가 됐다. 네오위즈에 따르면 5월 30일부터 스팀 얼리억세스(사전접속) 출시를 시작한 온라인게임 '블레스'가 가장 많이 팔린 게임 부문 상위권에 올랐다.

1일 정가 판매 게임 기준 3위를 차지했다. 스팀은 미국 밸브가 운영하는 PC·온라인게임 서비스 플랫폼이다. 블레스 스팀 흥행은 예고됐다. 27일 네오위즈가 스팀에서 판매를 시작한 파운더스팩이 판매량 1~3위를 싹쓸이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파운더스팩 구성은 최고 15만원에서 최저 4만1000원으로 스팀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에서도 가격대가 높다. 동시접속자수는 2만명에서 3만명 수준을 유지 중이다.

블레스 흥행 조짐이 보이자 '블레스 모바일'을 개발하는 중국 룽투게임은 지난달 31일 “연내 중화권 출시를 목표로 3분기 중국에서 CBT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블레스는 네오위즈가 2016년 1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이다. 누적 개발비만 700억원대다. 한국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 게임 중 하나다.

블레스는 출시 후 대형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주목 받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서비스 1년도 안 돼 PC방 점유율 50위권 밖으로 밀리는 등 '중박' 이하 흥행을 기록했다.

네오위즈는 이후 북미·유럽 서구권 공략을 위해 스팀을 주목했다. 앞서 펄어비스가 2014년 출시한 온라인게임 '검은사막'도 초반 국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2016년 북미·유럽, 2017년 스팀 버전 출시를 계기로 반전을 일궜다.

펄어비스는 북미·유럽 검은사막 흥행을 토대로 2017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2018년 검은사막 모바일까지 출시했다.

펍지가 만든 배틀그라운드는 아예 2017년 스팀에 먼저 출시하며 글로벌 인기를 얻었다. 게임개발사가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문 퍼블리셔와 현지 서비스사가 개입하는 전통적인 글로벌 게임 사업 형태를 따르지 않았지만 성공한 것이다.

네오위즈는 블레스 스팀 버전을 준비하며 한국, 일본 등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북미 게임 전문 스트리머(인터네스 방송인)와 협업해 포커스그룹테스트(FGT)를 실시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전투시스템 등 핵심 콘텐츠를 서구 시장에 맞게 바꾸고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사전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콘텐츠 개발과 사업 양쪽에서 공들인 효과가 초반에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오위즈는 당분간 블레스 글로벌 시장 안착에 총력을 기울인다. 열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블레스를 자사 핵심 지식재산권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한다.

고성진 네오위즈블레스스튜디오 본부장은 “스팀에 론칭된 블레스에 관심 가져준 유저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이용자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