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MS의 화려한 부활과 '새로 고침'

[전문기자칼럼]MS의 화려한 부활과 '새로 고침'

2008년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떠났다. 그가 1975년에 MS를 창업한 후 33년 만이다. 게이츠는 1980년대 후반에 개발한 윈도 운용체계(OS)가 시장에서 대인기를 구가하며 31세 나이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1990년대 들어와 컴퓨터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윈도OS, 오피스,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이른바 MS 천하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MS는 2000년대 PC에서 모바일로 시장 환경이 바뀌며 위기를 맞는다. 한 시대를 풍미한 업계 거물은 회사가 나락 위기에 몰린 모습을 지켜보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게이츠가 떠난 지 10년 후 MS가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게이츠가 떠난 10년 전과 비교해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MS는 최근 미국 상장 기업 가운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제치고 애플, 아마존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애플, 아마존, 구글은 모바일 시대를 대표하는 회사다. 10년 모바일 시장 패배자이던 MS가 모바일 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우뚝 섰다.

MS 변화 움직임은 사티아 나델라 현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부터 시작된다. 나델라는 2014년 9월 게이츠, 스티븐 발머에 이어 3대 MS CEO로 취임했다. 나델라는 MS 미래 사업과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취임 첫날부터 '클라우드 올인'과 '모바일 퍼스트'를 강조했다. MS 주 매출원인 윈도 OS와 오피스는 2순위였다. 클라우드를 최우선에 놓고 이에 연결되는 모바일에 집중했다. 이미 클라우드 시장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769)라는 강자가 있었다. MS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클라우드 사업에 회의 입장이었다.

내부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나델라가 택한 전략은 '새로 고침'이다. 나델라는 최근 집필한 저서에 “사람이든 조직이든 사회든 스스로 새로운 고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이 오면 다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마음으로 목표를 재설정해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델라는 OS에서 클라우드로 새로 고침이 필요한 순간 과감하게 결정하고 행동했다. 클라우드로 인력 쇄신을 하기 위해 취임 초반에 본사 임직원을 대거 교체했다. 지난해 본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지사 대상으로 클라우드 중심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나델라는 끊임없이 직원과 소통하고, 비전을 전달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음에도 비난이나 잡음이 적은 이유도 사전에 나델라가 뜻을 명확히 공유하고 그대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나델라가 취임 후 3년 6개월 동안 클라우드 중심으로 조직과 인력을 전면 바꾸면서 MS는 클라우드 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그 결과 클라우드는 매 분기 초고속 실적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AWS와도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화려한 부활 뒤에는 CEO의 결단력과 뼈를 깎는 직원들의 고통이 있었다.

MS뿐만 아니라 국내외 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새로 고침' 순간에 직면했다. 결단력과 스피드가 중요하다. 최근 만난 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도 MS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었다. 이 회사는 신사업 분야 경력직을 대거 채용했다가 최근 신입 채용으로 방향을 바꿨다. 새로운 것을 빨리 습득하고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개진하는 신입이 처음엔 속도가 느려도 신사업 추진에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CEO의 과감한 선택과 의지가 반영됐다. 새로 고침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거침없이 새로 고침 단추를 눌러야 한다. 멈추는 순간 새로 고침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