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언한 근거를 제시했지만 실직자 등은 제외한 '반쪽짜리 통계'에 근거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직장을 잃거나 취업에 실패한 사례는 제외하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근로소득자만 집계한 통계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른바 '90% 긍정적 효과'의 근거가 되는 분석결과는 가구별 근로소득이 아닌 개인별 근로소득으로 분석한 결과”라며 “가구주와 배우자 이외 기타 가구원 소득을 1명의 소득으로 간주하고 분석한 결과 올해 저소득층 소득증가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문 대통령 발언과 이날 홍 수석 발표는 통계청 원시자료를 갖고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것을 기반으로 했다. 홍 수석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위 10%의 개인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8.9% 증가한데 비해 상위 10% 증가율은 5.1%에 그쳤다. 또한 하위 10%를 제외하고는 올해 소득증가율이 작년 소득증가율에 비해 높았다. 문 대통령이 '90%는 긍정적 효과'라고 말한 대목과 연결된다.
홍 수석은 “두 번째 방법으로 기타가구원 소득은 제외하고 개인의 근로소득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가구주와 배우자만의 소득을 갖고 분석했다”며 “마찬가지로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증가율이 높고 작년보다 높은 소득증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가구별 근로소득은 근로소득이 없는 실직자까지 모두 포함해 집계한 수치다. 반면 홍 수석이 근거한 통계는 통계청 원시자료 중 근로소득자, 즉 일자리가 있는 사람만 별도 뽑아내 산출한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일자리를 잃거나 취업에 실패한 사람을 제외했을 때 비로소 '90%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를 피해간 근로소득자 사례만으로 청와대가 긍정적 효과를 강조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홍 수석은 “근로소득 자료를 갖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이후에도 자료 추가분석을 통해 저소득가구의 소득감소 원인을 규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더 시간을 갖고 심도 있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긍정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발언이 보도된 직후 '긍정적 효과 90%'에 대한 근거 데이터를 청와대가 공개하지 않아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달 24일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소득 1분위, 즉 소득하위 20%의 소득이 작년보다 8% 감소하면서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격차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