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전으로 다가온 기업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미적용 기업도 자율공시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기업지배구조 공시 제도 시행을 앞두고 상장기업의 자율공시가 늘고 있다. 제도 변화에 따른 선제 대응이다. 당장 의무 공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기업까지 자율공시를 실시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전방위 정부 압박에 기업이 투명성 제고에 나선 모습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95개사는 지난 4일 일제히 기업지배구조를 공시했다.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 후 2개월 이내로 제출 시한을 규정한 개정안에 따라 이날 공시를 마무리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제도 도입 이후 참석이 저조했지만 올해 들어 기업 자율로 공시에 나서면서 전체 대상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마쳤다”며 “공식 마감 시한 이후 접수되는 경우도 있어 해당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대비 상장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공시는 70건에서 올해 95개건으로 증가했다. 이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배구조를 공시하고 있는 금융사를 제외한 비금융사의 공시는 31건에서 55건으로 증가했다.

실제 카카오, 풍산, 케이티엔지, LG디스플레이, 한국가스공사 등은 4일 회사 지배구조 특징과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공시를 마무리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기업지배구조 공시제도를 내년까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전체로 우선 적용키로 했다. 지난해 3월 제도 도입 당시에는 기업 자율에 맡겼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지난해 기준으로 의무 적용 기준인 자산총액 2조원을 넘기는 기업은 189개사다. 189개 대상 기업 가운데 4일 공시를 마친 기업은 총 82개사가 공시를 제출했다.

의무 적용이 아닌 상장사도 자율공시를 냈다. 한솔제지, 한솔홀딩스 등 한솔그룹 계열사 6개사를 비롯해 동아소시오홀딩스, 코스맥스, 휴비스 등 13개사가 공시를 마쳤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공시 등 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보다 투명한 경영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최근의 사회적 흐름이라는 판단에 선제 대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다음달 중으로 기업지배구조 공시 관련 핵심 원칙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만큼 자율공시 사항을 확인해 내년 의무 시행에 대비할 것”이라며 “지배구조 공시에 담긴 핵심원칙 준수 여부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기업의 자율 참여와는 달리 정부가 당초 예고한 유가증권시장 전체 기업에 대한 도입 여부는 다소 진통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상장기업은 기업지배구조 공개 여부에 앞서 공시 담당자 확충 등 실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상장기업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만 혜택을 주기는 어렵겠지만, 일괄 적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발생할 수 있어 충분한 유예기간과 실무 교육을 거쳐 제도가 도입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목전으로 다가온 기업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미적용 기업도 자율공시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