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살잖아. 이분들이 한국 문화를 쉽게 접하고 쉴 수도 있는 다문화센터가 들어서면 참 좋을 것 같아.”
사회와 기술을 융합한 프로젝트형 수업 시간. 충북 음성 삼성중학교 1학년 1반 학생이 4명씩 모둠을 꾸려 앉아 토론을 시작했다. 주제는 '우리 마을 행복 공간 만들기'. 학생들은 사회 과목의 '내가 사는 세계' 단원과 기술 과목의 '건설기술과 창조'를 프로젝트를 통해 이수한다. 우리 지역의 필요한 시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회를 배우고 교통과 지가까지 고려한 입지 조사와 설계를 통해 기술을 배운다. 학생이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참여 수업을 통해 적성과 진로를 찾아나가는 자유학년제의 모습이다.
삼성중학교는 자유학년제 모범으로 알려진 학교다. 올 해부터 시행된 자유학년제를 도입한 학교는 약 1500여교. 전국 3200여 중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시행 중이다.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 기간에는 학생이 참여와 체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평가를 하지 않는다. 삼성중학교 1학년 학생은 토론식 수업을 통해 교과과정을 온전히 체화할 수 있다.
![사회교사와 기술교사가 함께 수업을 운영한다. 사진은 삼성중학교의 사회와 기술이 융합된 프로젝트형 수업 모습](https://img.etnews.com/photonews/1806/1078834_20180605153704_040_0001.jpg)
![[르포]생각하고 토론하고 제안하고...자유학년제 현장을 가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806/1078834_20180605153704_040_0002.jpg)
삼성중학교는 자유학년제가 아닌 2~3학년 학생을 위해서도 평가 방식을 바꿔 화제가 됐다. 이 학교는 영어를 제외하고 OMR 카드가 없다. 100% 서·논술형 평가만 있다.
김은선 삼성중학교 행복교육운영부장은 “토론형 수업을 해도 평가를 바꾸지 않으면 이벤트로 끝나버리고 만다”면서 “서·논술형 평가를 시작하고 나서 항상 100점이던 아이가 논술한 답을 보고 그동안 이해를 잘 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 매번 낮은 점수를 받던 아이도 나름의 논리성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삼성중학교 1학년 1반 학생들이 발표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가 1일 학생으로 참여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806/1078834_20180605153704_040_0003.jpg)
서·논술형 평가를 하게 된 것은 2016년부터다. 교사 부담은 더 커졌지만 달라진 학생 모습을 보고 만족한다.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이 학교에는 경기도나 다른 지역에서 입학이나 전학하는 학생이 늘었다. 전교생 130명, 농촌 학교로서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진천·음성 혁신도시로 다른 학교 학생이 블랙홀처럼 빠져나가는 동안 삼성중학교는 굳건했다.
홍석중 삼성중학교 교장은 “큰 학교에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에 OMR를 없앨 수 없지만, 서·논술평가를 하면 이 학생이 왜 이친구가 답을 이렇게 썼을까 고민하게 되고 피드백을 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업이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 큰 도시로 가야 교육력과 학습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학생이 주체가 되는 삼성중학교 방식에 학부모가 동의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업과 평가 방식 전환만으로는 농산어촌 지역에서 자유학년이나 자유학기제가 원활히 운영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창의성을 발현하고 진로를 본인이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자유학기·자유학년제인데, 이를 경험해 볼 인프라가 농산어촌이나 중소도시에서는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체험이나 진로교육이 가능해야하는데, 기회나 여러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지원센터를 통해 기회를 확대하고 시도교육청이 지역과 협력해서 지자체와 협력해서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