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넥스 신규 상장이 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저가 될 전망이다.
코스닥벤처펀드 출범 등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침과 기관투자자의 비상장주식 장외거래 증가세 등이 맞물린 결과다.
10일 한국거래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위세아이텍, 에스제이켐, 다이노나, 디피코 4개사에 불과했다.
현재 거래소에 상장 신청을 마친 에이프로, 에스엠비나, 지앤이바이오텍 등 3개사를 포함하더라도 상반기 코넥스 상장 기업은 최대 7개에 불과할 전망이다. 반기 기준으로 코넥스 시장 개설 이후 가장 적다.
코넥스는 초기 중소·벤처기업이 증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벤처캐피털(VC) 등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상장 이전 자금 회수를 위해 2013년 처음 개설됐다. 개설 첫 해 총 45개사가 상장했다.
7일 현재 코넥스 상장 기업 수는 총 148개사다. 시가총액 규모는 6조6800억원 상당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시가총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소·벤처기업의 코넥스 기피 현상은 낮아진 코스닥 상장 문턱이 직접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정부는 세전순이익 50억원, 시가총액 1000억원, 자기자본 250억원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실제 올해 1분기에는 단 한 개사도 코넥스에 상장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를 비롯한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 정부와 시장 관심이 코스닥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코넥스가 소외된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 관점에서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비상장 거래시장 활성화도 중소·벤처기업이 코넥스 상장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장외시장에서도 중간 회수를 위한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비상장 세컨더리 시장이 활성화된 상황에서는 굳이 코넥스 시장을 이용할 유인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VC의 주식 장외매각을 통한 회수는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3년 2363억원을 기록한 장외매각 주식 회수금액은 지난해 3853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장외매각으로 이미 1531억원의 회수가 이뤄졌다.
투자업계에서는 그간 코넥스 시장이 회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충분히 해온 만큼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실제 올해 들어 5개 기업이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에 이전 상장했다. 코넥스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수다. 바이오진단 전문업체 수젠텍은 8일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전 상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7개 기업이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문턱을 낮추고 비상장 거래 유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으로 정부 방침이 바뀐 만큼 코넥스 시장도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라며 “비상장 기업의 메자닌 투자 회수 시장부터 인수합병(M&A) 장터 등 다양한 변신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