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오미, 로비오, 수퍼셀, 우버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불과 5~6년 전에는 대중에게 생소했던 스타트업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현재 글로벌 IT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룡 기업으로 스타트업이 가진 무서운 폭발력을 새삼 실감케 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시초는 미국 실리콘밸리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생 기업을 일컫는다. 이제 세계 각 국은 스타트업이 가져온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자원군으로 스타트업을 꼽는다. 우리나라 역시 고용 증진과 산업 발전 측면에서 스타트업 양성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코딩로봇 ‘큐브로이드’ 등 다양한 지능형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큐브로이드는 국내 IT 스타트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기세다. 세계 최초 무선 기반의 스마트 블록으로 탄생하자마자 수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재광 큐브로이드 대표는 현재 큐브로이드가 가능성을 입증 받고 있지만 만약 주변의 관심이 없었다면 아찔한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놓는다. 신 대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사관학교 5기 출신으로 지난 2015년 중진공의 1억 원 투자가 바탕이 돼 큐브로이드의 시장 출시를 가늠할 수 있었다.
지난해는 중진공 도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킥스타터’를 통해 8만6600달러를 조달했다. 시작 17시간 만에 목표 펀딩 금액 100%를 달성할 만큼 뜨거운 반응이었다.
현재는 더욱 탄력을 받아 신 대표가 꿈꿔왔던 글로벌 시장 정조준이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오는 모양새다. 최근 대형 바이어와 협약을 맺고 중국 선전에 약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올 초 큐브로이드를 처음 본 중국 바이어가 단박에 신 대표를 찾아오면서 큐브로이드의 양산 체계를 제안한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며 확신에 찬 바이어의 눈빛을 확인한 신 대표도 곧장 손을 맞잡았다. 오는 8월과 9월 사이 정식 발주에 들어가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신 대표는 “중국에서는 보통 50억 원 규모는 돼야 양산 체계에 들어갈 수 있다”며 “우리보다 로봇 관련 분야에서 상당히 앞서있는 중국이 큐브로이드의 시장성을 높게 봐줘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큐브로이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밑그림을 차근차근 그려나가고 있다. 미국 시장은 신 대표가 가장 염두에 둔 시장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으며, 세계 1위 영유아 브랜드인 미국 마텔 측이 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마텔 측은 블루투스와 패드, PC 등 다중접속 무선 모듈을 기반으로 갖가지 기능이 펼쳐지는 큐브로이드에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신 대표는 큐브로이드 설립 초창기부터 IT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가능성을 입증해야만 글로벌 시장도 공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미국과 중국 등 양대 시장을 위시로 조만간 일본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마쿠아케’를 통해 큐브로이드를 소개될 예정이다. 특히 코트라의 도움을 받고 베트남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단순한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각 기업들의 쟁탈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신 대표는 “베트남의 호치민 지역은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돼있고 교육 시장의 프리미엄 니즈가 매우 강하다”며 “특히 베트남에서 제품을 직접 만들어 수출하게 되면 아세안 10개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어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스페인과 러시아, 호주 등 유럽과 오세아니아 시장에서도 많은 바이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초기 뼈대만 든든하게 잡아나간다면 세계 속의 큐브로이드를 볼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신 대표는 제품을 개발할 때 간단하면서 쉬워야하고, 반드시 재미가 있도 창의적이어야만 한다는 네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그 원칙에서 나온 제품이 큐브로이드며 앞으로도 네 가지 원칙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제품만 내놓겠다는 각오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큐브로이드 창업 전 유아교육 IT분야에서 개발자로 근무했다. 그러다 로봇을 만드는 일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깨닫고 과감히 회사를 나와 큐브로이드를 설립했다.
신 대표는 현재 큐브로이드가 교육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각 가정마다 한 대씩 구비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의 상용화라고 강조한다.
그는 “어른들도 쉽고 재미있게 나만의 로봇을 만드는 일종의 커스터마이징과 함께 확장성을 가진 로봇을 내높고 싶다”며 “해외에서는 이러한 생활 밀착형 로봇에 대한 관심이 큰데다 이미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소셜 로봇과 같은 서비스 로봇에 익숙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가져준 정부 기관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어려움이 양산 시스템이나 마케팅 구축 등 자본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 구축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지원책은 스타트업의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신 대표는 “제품을 만드는 건 자신 있지만 이걸 포장하고 대량 생산하는 등 생산‧유통과 마케팅은 재간이 없었다”며 “다방면에 걸친 정부 기관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러한 숙제를 계속 안고 씨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타트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준다면 분명 각 분야마다 시너지를 창출하는 혁신 스타트업이 꾸준하게 배출될 것”이라며 “큐브로이드 역시 세계 시장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래야만 큐브로이드를 믿어준 이들에게 보답하면서 국위도 선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종민 기자 (jongmin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