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진공장비업체 엘오티베큠이 중국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 BOE를 주요 고객사로 끌어들이면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공장에도 진공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고객사를 통해 성장해왔던 엘오티베큠이 해외 대형 고객사를 신규로 확보하면서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오티베큠은 최근 공시를 통해 올 연말까지 중국 몐양 BOE 공장에 42억원 규모 디스플레이용 진공펌프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몐양 공장은 청두에 이은 BOE의 두 번째 소형 OLED 패널 생산라인이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최근 장비 발주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엘오티베큠도 이 같은 발주 움직임에 수혜를 입었다.
엘오티베큠이 지난 4월 허페이 소재 10.5세대 LCD 공장에 14억원 규모 진공펌프 장비를 넣으면서 BOE와 첫 거래 관계를 텄다. 이후 소형 OLED 생산 공장에까지 장비를 넣었다는 것은 회사 기술력을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대기업에 이어 중국 최대 패널 업체인 BOE와도 거래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실적 성장세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엘오티베큠의 주력 제품인 건식 진공펌프는 일정 공간에서 기체를 포함한 각종 물질을 빨아들여 진공 상태를 만든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의 전공정 과정 대부분은 진공 상태에서 이뤄진다. 챔버마다 진공펌프가 연결되는 구조다. 엘오티베큠 진공펌프는 동일 형태의 나사 한 쌍이 맞물려 회전하면서 물질을 흡입, 배기하는 스크류(Screw) 방식이다. 경쟁사가 활용하는 루츠(Roots)와 비교해 부품 숫자가 적고 배기량이 높다. 회사는 최근 스크류와 루츠 방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진공펌프도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기량이 높고 소음과 전력 소모량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고객사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오티베큠은 지난해 매출 2007억원, 영업이익 277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국내 반도체 업계의 투자 확대와 중국 고객사 확보에 힘입어 엘오티베큠의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17% 이상 증가한 2360억원을, 영업이익은 30% 이상 증가한 36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엘오티베큠은 2020년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중단기 목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