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특화증권사가 벤처투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도입 3년여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중기특화증권사가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코스닥 활성화 방침에 발맞춰 다양한 영역으로 업무 범위를 확장하는 추세다.

18일 벤처투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한국성장금융 등 정부 및 연기금 출자 사업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 중기특화증권사가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거 벤처캐피털(VC) 중심으로 이뤄졌던 중소기업 자금조달 시장으로 증권사 업무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유안타증권 자회사인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국민연금 세컨더리펀드 운용사에 선정됐다. 국민연금의 세컨더리펀드 출자는 대체 투자 개시 이후 처음이다. 국민연금이 위탁한 2000억원과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유안타증권이 각각 180억원을 출자해 총 2360억원 규모로 운용된다.
세컨더리펀드는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 등이 보유한 구주를 매입해 수익을 내는 펀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털(VC)이 보유한 네트워크와 풍부한 자금 조달력을 가진 증권 기반 모회사가 결합하는 모델이야말로 가장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중소형 VC를 중심으로 VC를 보유하지 않은 증권사와 협업 모델을 고민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기특화증권사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중소·벤처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 IBK투자증권은 이미 관계사인 IBK캐피탈과 함께 꾸준히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중기특화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신기술금융조합을 결성했다. 이 밖에도 IBK금융그룹이 공동으로 출자한 IBK금융그룹 창업기업 일자리창출 투자조합의 공동 운용을 맡는 등 직접 금융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벤처펀드 조성을 통한 직접 금융 기능 강화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지원 등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코트라와 공동으로 대만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2018' 행사에 참여해 한국 스타트업 투자와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한종윤 유안타증권 부장은 “벤처펀드 출자를 비롯해 스타트업 직접 지원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중소기업 자금조달을 위한 업무를 개시했다”며 “스타트업과 접점을 꾸준히 넓혀 유망 투자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중기특화증권사가 약진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코스닥 상장을 신청한 기업 46개사 가운데 IBK투자증권은 4개, 키움증권은 3개사의 상장 주관업무를 맡았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상장 업무를 주관한 증권사는 대신증권으로 총 6개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기특화증권사 제도 도입 3년여만에 이제야 기존 증권사와 차별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기특화증권사 관계자는 “그간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렇다 할 사업모델을 찾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코스닥 벤처펀드 도입과 모험자본 공급 등 정책 집행이 본격화하면서 중소형사 특화 기업금융(IB) 업무 영역도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벤처투자시장에 증권사가 대거 유입되면서 비상장 기업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VC 입장에서는 상장되지 않은 기업을 구주 매각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초대형 IB가 발행어음 소매 판매를 위해 비우량 중소기업 매물을 무작정 쓸어 담는 등 투자 시장 전반에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