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가계부채를 이유로 당분간 금리 완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 금리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보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가계뷰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정부 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증가 규모는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다”면서 “올해 당장은 아니겠지만 시차를 두고서라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소득 증가세 정도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용대출 증가 규모가 크긴 하지만 상환 능력이 양호한 고신용 차주가 대부분이며 연체율도 낮기 때문에 현재로선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다만 금리가 높을뿐더러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꽤 높은 점에는 유의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은행 전체 가계 대출 신규 취급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 4월 23.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변동금리를 택했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대출금리가 0.25%p(포인트) 늘어나면 가계 이자부담은 약 2조3000억원 불어나게 된다.
이미 시중금리도 '마지노선' 5%대에 근접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최고 연 4.72%까지 올라섰다. 이에 이 총재는 지난 18일 시중은행장과 만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국내 성장세 둔화도 한은 금리 인상을 막는 요인이다. 특히 지난달 고용 실적은 한은의 당초 예상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10만명에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자동차 및 서비스업 업황 부진과 일부 제조업 구조조정 영향에 기인했다”면서 “5월까지 고용 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기에 올해 취업자 수 규모가 26만명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 전망치를 1월 30만명에서 4월 26만명으로 하향했다. 다만 추가로 내릴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미 금리 차가 100bp(1bp=0.01%p)까지 벌어질 경우 자금유출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에는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숙지하고 있다”면서도 “지속되는 대규모 경상수지, 양호한 외채 규모 등으로 단기간 내 큰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고 역설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