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채용비리 적발로 평가 '뚝'…내년 평가제도 전면개편

양충모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양충모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실험'이 처음 반영될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성과연봉제를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는 등 일부 변화를 주긴 했지만 개편 수준은 아니었다.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공공기관 채용비리 적발에 총력을 기울여 결과를 이번 평가에 반영했다. 또 2018년 평가 때 적용할 전면개편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 상대·절대평가 병행, 공기업·준정부기관 평가단 분리 운영, 일자리 평가 가중 등을 적용했다. 전년보다 공공기관이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보다 깐깐해진 평가기준 대응, 일자리·윤리경영 등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한편으로는 정부 방침인 '맞춤형 평가'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했다.

◇채용비리 적발로 평가 '뚝'

정부는 총 123개 공공기관(공기업 35개, 준정부기관 88개)의 경영실적을 평가했다. 총 89명의 평가단(공기업 33명, 준정부기관 56명)이 투입됐다. 예년과 달리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분리해 평가했다. 공기업 평가단장은 신완선 성균관대 교수, 준정부기관 평가단장은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각각 맡았다.

전반적으로 전년보다 크게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종전 상대평가에서 이번 처음으로 절대·상대평가를 병행 실시했다. 종합평가에서 전년대비 A·B·D 등급 비율은 줄고, C·E 등급 비율은 늘었다.

상대평가에서 어떤 기관도 S등급을 받지 못했다. A등급 17개, B등급 45개, C등급 44개, D등급 9개, E등급 8개로 집계됐다. 절대평가에서 역시 S등급은 없었다. A등급 9개, B등급 43개, C등급 50개, D등급 12개, E등급 9개로 나타났다.

정부는 “채용비리로 기관별 득점이 하락해 과거실적을 기준으로 등급을 산정하는 절대평가 결과가 상대평가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기관장·감사 평가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채용비리 특별점검 등 영향으로 우수 비율이 줄고 미흡 비율이 크게 늘었다.

기관장에서 우수 평가는 2명(8.0%,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보통 평가는 20명(80.0%), 미흡 평가는 3명(12.0%,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관광공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으로 나타났다. 감사는 우수 0명(0.0%), 보통 16명(72.7%), 미흡 6명(27.3%)이다.

정부는 실적이 미흡(D등급 이하)한 기관의 기관장에 대해 해임건의 및 경고조치를 내린다. 해임건의 대상(기관 종합상대평가 E 또는 2년 연속 D)은 10명으로, 채용비리 반영 등 엄격한 평가로 인해 예년보다 증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임건의 대상 가운데 5개 기관은 임기만료 등으로 공석 중이고 5개 기관은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해임건의에서 제외된다”며 “경고조치 대상은 7명이지만 이 중 5명이 면직, 임기만료 등으로 사임해 올해 2명만 경고 조치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했다.

◇2018년부터 큰 변화…공공기관, '맞춤형 평가'에 기대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2018년부터 대폭 바뀐다. 새롭게 부각된 공적가치, 높아진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2017년 평가에서 처음으로 상대·절대평가를 병행하는 등 변화를 준 것도 2018년 전면개편을 염두에 둔 조치다.

정부는 2018년 평가는 기관 고유 업무의 공공성 강화, 부패·비리 근절 등 국민 신뢰 회복, 경제 패러다임 전환 등 국민을 위한 혁신 촉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확정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이 바탕이 된다.

개편 방안에서 정부는 종전 공기업 위주로 설계된 평가체계·지표를 유형별로 차별화하고 평가과정에서 기관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른바 '맞춤형 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주무부처·기재부가 협의해 주요사업 지표를 설계하는 성과협약제를 도입, 공공기관 주도로 핵심 업무와 연계된 지표를 발굴할 방침이다.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도록 관련 배점을 확대한다. 공기업은 경영관리, 준정부기관은 주요사업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영평가 개편을 보수체계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사회적 가치는 5대 지표(일자리, 균등한 기회 및 사회통합, 안전·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로 구성했다. 기관 고유사업 수행과정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 여부를 평가한다.

채용비리 등 중대한 사회적 책무 위반이 있거나, 반대로 국가경제에 공헌이 인정될 때에는 공운위 의결을 거쳐 평가등급·성과급을 조정한다. 기관장 평가는 기관 평가와 통합한다. 또한 감사의 책임성 확보를 위해 매년 평가를 실시(종전에는 임기 중 1회)하고 평가결과를 성과급과 연계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평가대상 기관의 우수사례와 기관별 주요 평가결과를 요약·정리한 스코어카드를 별도 배포할 예정”이라며 “이번 처음 실시한 절대평가의 영향을 분석해 절대평가 운영 방향 등 경영평가 제도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들은 평가제도 전면개편의 핵심인 '맞춤형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각 기관마다 업무·성격이 제각각이라 종전과 같은 획일적 기준으로는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으로는 경영평가 강화에 따른 자율성 저해 우려, 경영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업무 부담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관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 한 획일적 평가 기준은 그동안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전면개편으로 가장 효율적인 '맞춤형 평가'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본업은 제쳐두고 전담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준비할 수밖에 없는 문제도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