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결함' 비행 강행 지시 권혁민 진에어 대표 사임

중대한 엔진결함을 숨기고 비행을 강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권혁민 진에어 대표가 사임했다. 권 대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측근으로 꼽힌다.

진에어 항공기 B787-800 (제공=진에어)
진에어 항공기 B787-800 (제공=진에어)

20일 진에어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진에어는 전날 '최정호·권혁민 대표 집행임원 체제를 최정호 대표 집행임원 체제로 바꾼다'고 공시했다. 권 대표 사임 이유에 대해 진에어는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밝혔다.

대한항공 출신인 권 대표는 2016년 7월 한진그룹사인 한국공항 운항정비본부장에서 진에어 정비본부장(전무)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8월부터는 최정호 대표와 함께 진에어 각자 대표를 맡았다.

권 대표는 올해 3월 조양호 회장이 '책임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대표 자리를 내줬다. 그러다가 올해 5월 조 회장이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 논란으로 물러나자 다시 대표 자리를 넘겨받았다.

권 대표는 지난달 24일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엔진결함이 발견된 여객기의 운항을 지시한 인물로 권 대표를 지목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직원연대는 제보를 바탕으로 작년 9월 19일 괌을 떠나 인천에 도착한 B777 여객기가 괌 공항 도착 당시부터 1번 엔진이 꺼지지 않는 등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정비본부장이던 권 대표가 위험한 비행을 강행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비행기 엔진이 정지하지 않는 것은 연료 공급 계통에 결함이 있다는 징후여서 엔진 폭발 및 화재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데 승객 안전을 무시하고 위험한 비행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직원연대는 이런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런 제보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확인을 진행했고, 조만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가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 문제로 면허 취소 위기까지 맞았다”면서 “엔진결함 비행기 운항 지시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자 권 대표가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국토부 발표 전에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