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개발과 공정기술은 인류의 삶을 바꿔온 핵심 요소다. 나무와 돌에서 구리와 철, 합금과 복합재까지 문명의 시작과 발전의 저변에는 늘 소재 기술이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초경량, 친환경 등 소재혁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더 가볍고, 더 튼튼하고, 더 깨끗하고 안전한 소재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첨단 신소재 기술과 적용 분야를 소개한다.
자동차가 지금보다 2~3배 가볍고 튼튼해지면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마그네슘(Mg)은 현재 상용 금속 가운데 가장 가벼운 소재다. 철보다 4배 가볍지만, 비강도(비중 대비 강도)는 6배 이상 높다. 동시에 성형이 쉽고, 방열 효과도 높다. 진동에 잘 견디고 전자파 차단 특성도 갖고 있다.
마그네슘을 원소재로 한 마그네슘 합금을 차량 소재로 적용하면 안전도 향상, 생산비 절감, 에너지 효율 상승 등 여러 면에서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자동차 뿐 아니라 IT기기, 의료 보조기구에서 최근 우주선과 항공기, 자전거, 카메라, LED조명 방열판 등 응용 분야를 확산하려는 연구개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자동차의 경우 현재 한 대당 5kg 정도인 마그네슘 소재 적용량이 오는 2030년에는 75kg로 증가할 전망이다. 소재 공급은 중국이 85%를 차지해 거의 독점 수준이지만 마그네슘 신합금이나 공정기술은 여전히 독일, 일본 등 전통 소재 강국이 주도하고 있다.우리나라는 '고내식·난연성 마그네슘 합금', '광폭 판재 제조' 등 마그네슘 신소재 및 공정 분야 세계 1위 기술을 다수 개발, 보유하고 있다.
재료연구소가 개발한 '고내식 난연성 마그네슘 합금'은 기존 마그네슘의 단점인 고온 발화, 빠른 부식성을 극복한 3세대 친환경 마그네슘 소재다. 난연재 사용을 의무화한 철도차량은 물론 전자제품, 자동차, 항공,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광폭 판재 제조'는 2000mm 이상의 대면적 마그네슘 판재를 연속 제조할 수 있는 기술로 포스코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전남도와 순천시, 재료연은 미래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 시장을 겨냥, 지난해 2600억원 규모의 마그네슘 플랫폼 구축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순천에 마그네슘 소재 부품 전용산단을 조성하고 기업지원 플랫폼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남북경협의 일환으로 남한의 마그네슘 기술 및 제조 경쟁력과 북한 마그네슘 자원을 연계한 '마그네슘 소재 밸류 체인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잠재 가치는 무려 3200조원에 이른다.
유봉선 재료연 책임연구원은 “에너지 효율화, 이산화탄소 감축 등 각종 환경 규제와 맞물려 경량 친환경 소재인 마그네슘 합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보유한 우수 기술을 상용화하고, 동시에 남북 소재 밸류 체인 구축 등 남북의 소재 경쟁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거두면 글로벌 마그네슘 합금소재 신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