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생보사, 지급여력 악화…퇴직연금·금리상승에 RBC관리 '비상'

중소형 생보사, 지급여력 악화…퇴직연금·금리상승에 RBC관리 '비상'

보험사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는 더 심하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고객에게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RBC비율이 200%면 보험사는 고객이 보험금을 100만원 청구하면 200만원까지 내줄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즉, RBC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진다면 보험금을 내고도 피해를 입었을 때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보험사의 RBC비율은 249.9%로 전분기(257.9%) 대비 8.0%포인트(P) 하락했다.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사는 9.4%P 낮아진 258.2%, 손해보험사는 4.9%P 낮아진 233.7%로 각각 집계됐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자본량(가용자본)을 손실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각종 리스크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이 늘면 RBC비율이 높아지고, 내재된 각종 리스크를 현실화한 손실금액이 늘면 RBC비율은 하락하게 된다.

보험업법상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며, 100% 미만의 경우는 적기시정조치를 통해 경영개선 명령을 내리게 된다. 다만 금감원은 보험사의 RBC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보험사의 가용자본은 당기순이익이 2조1000억원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상승에 따른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이 4조4000억원 감소하면서 3조2000억원 하락했다. 다만 요구자본은 3000억원 늘었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상승세인데다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본확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재무건전성이 열악한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업황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 대주주 사정도 여의치 않아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생보사의 경우 현대라이프생명(157.8%)과 KDB생명(154.5%)로 거의 150%에 근접한 RBC비율을 기록했고, 흥국생명과 신한생명, DGB생명, DB생명, 하나생명 등의 경우 170%대 수준이었다. 손보사는 흥국손해보험(156.8%)과 롯데손보(163.7%)가 낮았다. MG손보는 83.9%로 보험업법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 중소형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금리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 이달부터 퇴직연급이 RBC비율 산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경우 RBC비율 산정에 미반영 됐지만, 올해 6월부터 35% 적용되는 등 단계적으로 요구자본 증가액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의 위험액을 반영할 경우 요구자본이 1조원 증가해 RBC비율은 7.9%P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RBC비율 취약이 예상되는 일부 보험회사는 자본확충 및 위기상황분석 강화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제고토록 감독해나갈 계획”이라며 “RBC비율을 끌어올리도록 금감원도 돕겠지만 회사 자체적으로도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