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년보다 주춤했던 초여름 더위에 가전업계에서는 에어컨 등 여름용 가전기기 판매 부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름 가전 판매실적이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냉방기 판매실적이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먼저 비가 많이 내렸던 날씨가 판매부진을 이끈 원인으로 꼽힌다. 더위가 상대적으로 늦게 찾아왔고 에어컨 수요도 주춤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을 기준으로 비가 내린 일수는 14일이었고, 지난해 5월에 비가 내린 일수는 7일이었다. 기온에서는 비슷했지만 비가 내린 날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다.
지난해 에어컨이 공급부족 사태를 빚었을 만큼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것도 부담이다. 교체수요가 상당부분 흡수되면서 올해 에어컨 판매 수요를 낮췄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픈마켓에서 대대적으로 여름 가전 프로모션을 펼치기도 했지만 큰 반응이 없었다”며 “에어컨 판매가 부진하면서 에어컨 사은품으로 나가던 소형 가전 주문도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가전업체 고위 관계자는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는 날씨 영향에 매우 민감하다. 최근 날씨가 오락가락해 에어컨 판매 실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런 날씨는 소비자 구매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주요 가전양판기업인 롯데하이마트의 2분기 에어컨 판매실적이 한 자리에서 두 자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에어컨 판매는 아직 초기 단계다. 6월말 이후 무더위가 찾아오면 수요는 다시 늘 수 있다. 특히 여름가전 성수기인 7월은 업계로서 반드시 잡아야 할 '골든 타임'이다. 늦더위가 이어진 2015, 2016년에는 8월 중순 이후에도 에어컨 판매가 호조를 나타낸 바 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