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각기 다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악용한 편법 영업이 포착됐다.
보조금을 많이 주는 지역에서 구매한 뒤 보조금이 적은 타 지역으로 판매하는 형태다. 현행법에 따라 타 지역 판매는 2년 동안 제한되지만 전기차 사재기 업체까지 등장했고, 구매를 위한 주소지 위장 전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시장질서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을 차량 운행 실적에 따라 후불로 지급하거나 전기차 의무판매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S사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따르면 대구 지역에 매물로 나온 르노삼성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 20여건 가운데 2~3건이 '트위지 다량 보유' '타지역 구매 전화 요망'이라는 광고 문구를 걸고 영업하고 있다.
관할 지역 이외 판매 금지를 표기한 매물 건수는 절반에 불과했다. 이들 판매자 대상으로 무작위 통화를 시도했다. 7곳과 통화한 가운데 3곳이 위장 전입 방법을 안내했다.
전화 통화에서 한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대구 지역 지인을 알아보고 주소를 대구로 이전한 후 차를 구입한 다음 며칠 뒤 다시 서울로 주소지를 옮기는 편법을 쓰면 된다”면서 “다른 지역보다 약 200만원 저렴하고 임시번호판 수준 물량도 다수 확보했다”고 말했다. 웃돈의 중고차 거래를 위해 차량 등록도 하지 않은 새 차를 매물로 확보한 것이다.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지역 보조금을 받은 차량은 관할 지역 판매 거래는 가능하지만 타 지역 판매 거래는 운행 의무 기간 2년이 지나야만 할 수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급 예산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규정이다. 지자체별 전기차 민간 보급 목표량을 관리하기 위한 명분도 있다.
그러나 대구 지역에 전기차 중고 물량이 많은 건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을 많이 주는 데다 보급 물량도 다른 지역에 비해 넉넉하기 때문이다.
1500만원 수준 초소형 전기차 경우 국가 보조금은 450만원, 대구시 추가 지원금 400만원 등 총 850만원을 받는다. 서울(300만원), 제주(250만원), 부산(206만원)과 비교하면 최대 200만원 차이가 난다. 여기에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초소형 전기차 보급 예산(1200대 분량)을 확보한 상태다.
관련 업계는 지역별로 보조금이 다른 보조금 정책 탓에 이를 악용한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동일 차량인데도 국가 보조금이 지역마다 다른 점을 악용해 주소지 위장 전입이 생겨나는 것은 문제”라며 “최소 1년 동안 차량 운행을 확인한 뒤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식 후불제 보조금 지급이나 의무판매제 도입 등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