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교육개혁 대진단]<6>정부가 틀어쥔 온라인 학습 체계, 생태계 구축에는 독약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제'

온라인 시스템은 이 같은 교육의 지향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에듀테크의 발전과 함께 오프라인 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보조재로도 발전했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라고 하면 이러닝 강좌나 온라인대규모공개강좌(MOOC) 등 온라인을 통한 동영상 수업을 떠올리기 쉽다. 이를 넘어 해외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참여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교육에 반영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교육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해외 선진 시스템 흉내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형 온라인공개강좌(K-MOOC), 매치업(나노디그리)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학습 시스템 어떻게 활용되나

=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꼽히는 애리조나주립대학이나 미네르바대학은 모두 온라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다. 주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재정난을 겪던 애리조나주립대학은 신입생용 교양과목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이를 MOOC 플랫폼 에덱스로 대체해 비용 부담을 줄였다. 학생들 역시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입학전부터 교양수업을 이수할 수 있어 이득이다.

미네르바대학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에 머물고 있지만, 온라인 수업을 고집한다. 학생들의 참여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다. 누가 얼마나 참여하고 발언했는지가 그래프로 보여진다. 교수는 이를 참고해 수업을 원활하게 이끌 수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우수 대학들이 MOOC 도입에 열정적이다. MOOC 플랫폼도 다양하다. MOOC는 클라우드와 영상 관련 IT 발전에 따라 2012년 미국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다. 하버드·MIT·스탠포드·조지아텍 등 내로라하는 대학들이 MOOC에 참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MOOC 플랫폼도 다양하다. 코세라·에드엑스·유다시티·퓨처런 등이 플랫폼이 많은 만큼 특징도 다양하다. MOOC 수강생은 수천만명에 달한다. 미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영국·일본·중국 등도 MOOC 플랫폼이 구축됐다. 처음에는 무료강좌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수료·학위를 인정해주는 프리미엄 서비스, 취업을 연계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여기에 기업의 직업 강좌를 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나노디그리까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나노디그리 플랫폼 기업은 기업의 요청을 받아 콘텐츠를 유료로 제작하거나 올려준다. 구글과 같은 기업들도 직원교육을 위해 MOOC를 이용한다.

초·중등교육 과정에서는 온라인 콘텐츠가 교사들 사이에서 인기다. 교사들은 자신의 교수학습 노하우가 담긴 콘텐츠를 온라인 마켓에 팔 수 있다. 다른 교사들은 노하우가 쌓이 교사의 콘텐츠를 쉽게 얻을 수 있어 윈윈이다. 교사들이 콘텐츠를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콘텐츠 공유의 동기 부여가 된다.

◇ 국내 현황은

= 국내에서도 온라인학습 시스템이 화두다. 이미 사교육 시장은 오프라인 중심의 학습지 시장이 모바일이나 PC 등 디지털 기기 기반의 온라인 콘텐츠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도 해외 사례를 본받아 대학교육과 직업 교육에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온라인 학습 시스템인 K-MOOC와 매치업은 국내 교육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등교육이나 직업 교육을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정부가 거액의 예산까지 투입해 시스템 구축에 나선 사업이다. 이에 대해 이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직접 모든 것을 컨트롤하다보니 생태계 구축으로 확산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민간과 학계가 스스로 이를 활용하며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예산 구조다. 정부는 마중물을 붓는 차원에서 예산 지원을 하고 있지만, 사업자들은 정부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참여한다.

폐쇄적이라는 지적 때문에 정부는 올 해 K-MOOC 사업자 범위를 넓혔다. 일반대학 외에도 사이버대학, 기업, 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컨소시엄 형태로 대학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몇 개 강좌를 선정하고 콘텐츠 개발 비용을 지원한다. 당장 정부 예산 지원이 끊겼을 경우 발전은커녕 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은 MOOC를 고등교육의 저변을 넓히는 차원이 아니라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익사업으로 바라본다”면서 “다양한 아이디어 공모를 받아 보다 좋은 콘텐츠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정부의 지원없이도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치업이나 교육용 오픈마켓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올 해 KT와의 협약을 시작으로 기업이 원하는 커리큘럼으로 짜여진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매치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업이 원하는 학습 콘텐츠를 배우고 단기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태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 사업에 참여했다 취업 부담까지 떠안게 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공공·민간·개인이 참여해 유〃무료 교육용 콘텐츠를 개발·공유·확산하는 개방형 콘텐츠 유통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교사의 참여는 제한적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학 교수는 “정부는 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저변을 넓히는 데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정부는 많지도 않은 예산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업 전체를 꾸려가려고 하다보니 사업 규모도 작고 참여 사업자 숫자도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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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 학습 시스템의 운영 현황>

[2018 교육개혁 대진단]<6>정부가 틀어쥔 온라인 학습 체계, 생태계 구축에는 독약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