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3> '세계 최고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

데니스 홍 교수는 “로봇은 인간을 돕는 유용한 지능적 도구”라며 “연구소는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 속에서 창의와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데니스 홍 교수는 “로봇은 인간을 돕는 유용한 지능적 도구”라며 “연구소는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 속에서 창의와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데니스 홍 미국 UCLA(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기계공학과 교수를 수식하는 말은 많다.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 로봇공학자,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 세계 최고 두뇌 6인,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개발, 미국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로봇 공학계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이다. 한국에 온 데니스 홍 교수를 25일 오후 본사에서 만났다.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활력이 넘쳤다.

-폐이스북 친구는 몇 명인가.

▲팔로우는 8만여명이다. 모든 글을 다 보지 않는다. 내가 올린 글에 달린 댓글만 본다. 페북은 양방향 소통을 위한 재미있는 도구다.

-인간에게 로봇은 무엇인가.

▲내게 그런 질문을 하는 이들이 많다. 개인 입장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로봇은 인간을 돕는 유용한 도구다. 인간이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될 일을 대신해 주는 지능적인 기계다.

-로멜라 연구소 현황은.

▲2004년 문을 연 로멜라 연구소 인력은 대학원생이 22명이고 학부생은 20여명이다. 각 분야 전문가다. 로봇공학은 융합학문이다. 로멜라 연구소에서 만드는 로봇은 이들이 분야별 일을 다 담당한다. 연구비는 일정하지 않다. 매년 금액이 다르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3> '세계 최고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

-기존 연구소와 다른 점은.

▲로멜라 연구소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곳이다. 첫째, 재미있다. 24시간 개방한다. 새벽 2시에 와도 학생이 있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인근에 디즈니랜드가 있다. 그곳보다 우리 연구소 로봇이 인기가 많다. 창의력은 즐거움에서 나온다. 둘째, 우리연구소는 로봇을 직접 만든다.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과거 내가 대학원생 시절 논문을 읽고 실험을 해보니 이론과 맞지 않았다. 전제(前提) 잘못이었다. 이론 연구를 하면 이처럼 실제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 로봇을 만든다. 정말 많은 로봇을 만든다. 셋째, 우리 연구소는 로봇을 고장 나게 한다. 일반 연구소 경우 만든 로봇이 잘못될까봐 애지중지한다. 우리는 그 반대다. 고장나지 않으면 배울 게 없고 개선할 수 없다.

-실패를 허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연구소는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가 절대 필요하다. 안전한 길을 가면 절대 혁신할 수 없다. 실패를 두려워해 안전한 길을 가는 연구소에서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문화 속에서 창의력은 발휘할 수 없다. 정부에서 하는 연구개발은 성과 위주인 경우가 많다. 연구에 실패하면 연구기금도 못 받고 보따리를 싸야 하는데 누가 미지에 도전하겠나. 실패를 허용해야 한다. 실패를 안 해본 사람은 도전(挑戰)하지 않는 사람이다. 도전은 불가능한 일에 대해 하는 것이다. 실패도 경험이다.

-그동안 개발한 로봇 종류는.

▲내가 로봇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게 된 게 2007년 미국 자율주행자동차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부터다. 그 후 기업과 연구소가 자율주행차 분야 연구에 집중했다. 나는 남들이 다 하면 재미가 없다.(웃음) 그래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극찬했다. 이어 소프트 로보틱스 개발을 시작했고 암벽등반용 로봇 같은 새로운 분야 로봇을 개발했다. 지난 10년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집중했다. 그동안 수많은 종류의 로봇을 만들었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3> '세계 최고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

-2011년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한 이유는.

▲일반인의 시각장애인 편견을 깨고 싶었다. 일부에서 자율자동차가 등장하면 시각장애인 문제도 해결될 텐데 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시각장애인들과 같이 소통하고 일하면서 로봇을 만들었다.

-최근 개발 중인 로봇은.

▲요즘은 사람처럼 생기지 않는 다족 보행 로봇을 만든다. 스파이더맨처럼 벽 사이를 타고 다니는 다리가 6개인 로봇도 만들었다. 고정관념을 깬 로봇을 만들고 있다.

-꼭 개발하고 싶은 로봇은.

▲어떤 로봇을 개발할지 나도 모른다. 목표가 계속 바뀐다. 분명한 점은 인간에게 행복을 주고 사회를 따뜻하게 해 주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재난구조 로봇은 언제쯤 상용화 가능한가.

▲2014년 4월 일본 후쿠시마 지진 현장에 일본 초청으로 갔다. 일본은 로봇 강국으로 불리지만 재난 현장에서 로봇을 사용하지 못했다. 최첨단 로봇이 고농도 방사능에 노출돼 작동이 멈췄다. 가장 효율적인 기술은 현장에 가서 보고 체험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사용자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 언젠가는 재난구조 로봇이 나오겠지만 특화한 로봇을 개발해야 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로봇이나 AI가 인간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는 걸 잘 알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4차 산업혁명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첫째, 지금 우리는 로봇이나 AI 기대치가 너무 높다. 언젠가는 그런 시대가 올지 모르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먼 미래의 일이다. 둘째, 그런 시대가 되면 새로운 직업이 등장한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 보라. 자동차가 등장하자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소 등 자동차와 관련한 업종이 새로 등장했다. 그전에는 그런 업종이 없었다. 새 기술이 많이 생기면 새로운 일자리가 그만큼 많이 생긴다. 새 기술을 이해 못하면 두려움이 생긴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 기술이 잘하는 일은 넘겨주고 잘 활용하면 된다. 오지 않는 기술을 놓고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미국 로봇개발 실태는.

▲미국 로봇개발은 눈에 확 띄는 게 없다. 그 대신 원천기술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필요한 로봇을 금세 만들 수 있다. 가시적 성과보다 내실을 중요시한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3> '세계 최고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

-특이점이 올 것으로 보나.

▲미래학자들이 특이점이 온다고 하던데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웃음)

-다원 설계도와 SW를 공개한 이유는.

▲교육과 로봇연구를 위해 만든 로봇이어서 공개했다. 처음에 공개 여부를 놓고 고민을 한 게 사실이다. 주위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공개하냐고 말했다. 공개를 안했으면 큰 돌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계도와 SW를 공개하고 나서 더 많은 걸 얻었다. 로봇 역사상 가장 로봇발전에 기여한 과학자라는 칭찬도 받았다. 로봇이 내게 준 선물이다.

-난관을 어떤 마음으로 극복하나.

▲나도 일생일대 위기를 맞이한 적이 있다. 로멜라 설립 11년 후 버지니아폴리테크 주립대에서 UCLA로 가면서 그동안 개발한 로봇을 하나도 가져 오지 못했다. 내 삶의 위기였다. 이걸 긍정의 힘으로 극복했다. 위기는 새로운 출발이고 도전이다. 아버님은 “인생을 살면서 갈림길이 나타나면 언제나 정도(正道)를 가라”고 늘 말씀 하셨다. 당시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으로 로봇을 가져 올 수 있었다. 아버님은 “하루가 힘들지, 지금은 네가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훗날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힘을 주셨다. 아들에게 “자랑스럽게 아들에게 말할 수 없다면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도 내게 힘이 됐다. 모두 사랑이고 긍정의 힘이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3> '세계 최고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

-한국에서 일할 의향은.

▲나는 속은 한국인이고 서류상으론 미국인이다. 한국엔 나보다 훌륭한 과학자가 많이 있다. 나보다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분들이다. 미국에는 그런 분이 많지 않다. 나는 미국에서 세계적 공학자로서 열심히 일해 한국인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도록 할 생각이다.

-좌우명과 취미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취미는 요리와 마술이다. 날마다 집에서 요리를 한다. 마스터 셰프 USA에 나갔고 지난해 5월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유명 셰프와 요리대결도 벌었다. 당시 표를 팔았는데 그 돈은 사회에 전액 기부했다. 마술도 좋아해 동랑예술제에서 대상을 받았다.(그는 야구, 축구, 골프, 수영, 배구 같은 운동은 안한다. 하루 4시간 자고 점심 먹고 15분 낮잠 자는 게 유일하다. 타고난 건강 체질이다.) 1시간여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카카오택시를 불러 타고 다음 행선지로 바람처럼 떠났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3> '세계 최고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

데니스 홍 미국 UCLA 기계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나 3살 때 한국으로 들어와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부친은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을 지낸 홍용식 박사다.) 대학 3학년 때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에 편입해 1994년 같은 대학에서 기계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퍼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버지니아테크 기계공학과 교수로 취임했고 그해 로멜라 연구소를 설립했다. 2014년부터 미국 UCLA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로멜라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GM 젊은 연구자상과 미국자동차공학회 교육상 타임지 선정 최고 발명품상, 협성재단 사회공헌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개발, 미국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2012년엔 펩시 선정 '세계 최고 두뇌 6인', 10년 한국을 빛낼 100인 등에 뽑혔다. 저서로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와 '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이 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